11일 끝난 19대 총선에서 20대 여성 투표율은 8%, 20대 전체 투표율은 27%에 그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게 사실이면 좀 무서운 일이겠다. 하지만 19대 총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의식 1, 2차 조사에서 20대의 투표의향은 36.1%, 35.9%로서 평균 56.9%, 58.1%보다 확실히 낮지만 8%나 27%는 억측이다. 더군다나 선관위에서 인구통계학적 투표율 분석을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이다. 2년 전의 지방선거(54.4%)보다도 낮은 투표율(54.3%)과 여당의 단독 과반의석 달성 등에 대한 실망감 덕택에 소문은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에 비판적인 SNS 공간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소문은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선거결과가 나온 화풀이로 또다시 만만한 20대가, 그리고 그중에서도 여성이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 같아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갖은 '개새끼론'도 언뜻 떠오른다.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나 부족한 참여를 지적하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세련되지 않다. 더 나쁜 것은, 좀 더 나은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 참여를 독려하는 데에도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반성하면서 따를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반감만 키울 수 있다.
선관위 유권자의식조사를 살펴보면, 19대 총선을 앞두고 벌인 1, 2차 조사에서 선거 관심도는 65.6%, 69.6%로 나타났고, 투표의향조사에서는 ‘적극적 투표의사(반드시 투표하겠다)’가 56.9%, 58.1%로 ‘소극적 투표의사(가능하면 투표하겠다)’가 30.3%, 30.0%로 각각 나타났다. 실제로 나타난 투표율은 54.3%로서 적극적 투표의사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표의향은 87.2%, 88.1%로서 전혀 낮지 않았다. 4월 9일 자 <한겨레>는 임시공휴일인 총선 당일 상당수 일터에서 정상근무 방침을 정해 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7일 총선 당일 정상근무를 하는 업체를 제보받은 결과, 783건이 접수됐다”며 투표일에 근무는 하지 않지만 단체 야유회나 수련회를 열어 직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는 사업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정투표소가 아닌 곳에서도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 도입이나 투표시간 연장 등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이유다.
1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보면 남의 탓을 한다. 그런 사람 성공하는 것 못 봤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야권연대의 선거전략은 시종일관 ‘남탓’이었다. 20대에게 '너희에게 희망은 없다’라고 일갈했던 어떤 이는 정계입문 한 달 만에 낙선했다. 손쉽게 ‘남탓’만 해서 나아질 건 없다. 낮은 투표율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권한 유권자 모두를 싸잡아 다그치기보단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는 게 더 발전적이다. 한편 비투표의사를 밝힌 이들은 투표할 생각이 없는 이유로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19대 국회를 이끌어 갈 의원님들 어깨가 무겁다.
김용재/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꼴값어워드] 우리 사회 최고의 꼴값을 찾습니다.
4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가장 꼴값을 떤 인물 한 명을 추천해주세요.
결과는 경향닷컴 내 웹장(baram.khan.co.kr)에 게재됩니다.
- YeSS(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꼴값어워드 선정위원회 "꼴값이 씨가 마르는 세상을 꿈꾸며"
아래 링크를 눌러, 설문에 참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