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봇 앤 프랭크’

2013.01.08 21:40

추억 나누며 친구가 된 노인과 로봇

집안일이나 도서관 사서 업무를 로봇이 도맡은, 머지않은 미래. 왕년에 잘나갔던 금고털이범 프랭크(프랭크 란젤라)는 이혼하고 홀로 뉴욕 외딴 집에서 살고 있다. 폐관 직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짝사랑하는 사서(수전 새런든)와 이야기 나누는 게 유일한 낙이다.

프랭크가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자 아들(제임스 마스던)과 딸(리브 타일러)이 걱정하기 시작한다.

인권운동을 하는 딸은 세계 각지를 돌고, 육아에 시달리는 아들은 10시간씩 차를 타고 아버지를 보러 오기 힘들어 한다.

[리뷰]영화 ‘로봇 앤 프랭크’

결국 아들은 아버지를 돌볼 최신형 로봇 ‘VGC-60L’을 사다 놓는다.

로봇에 거부감이 강한 프랭크는 “저 기계가 날 죽일 것”이라며 반발한다. ‘건강 보안관’을 자처한 로봇이 시리얼 대신 유기농 채소찜을 요리해주고, 운동도 시키지만 귀찮기만 하다.

프랭크가 로봇을 다르게 보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는 다이아몬드를 훔치러 다니다 탈세 혐의까지 받고 10여년을 교도소에서 보냈지만 아직 옛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비누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던 프랭크가 걸릴 위기에 처했을 때 로봇이 대신 훔쳐온다. 프랭크는 그때부터 자신의 유일한 취미를 함께해 준 로봇이 맘에 들기 시작한다. 프랭크는 금고 따는 비법을 로봇에게 전수하고 짝사랑하는 사서가 좋아하는 책을 훔친다.

<로봇 앤 프랭크>는 공상과학(SF)이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한 장르다. 사람과 로봇의 우정 쌓기가 주제이며, 가장 중요한 매개는 추억이다.

프랭크는 감옥생활을 하느라 아들이나 딸과 함께한 추억이 없다. 가족이지만 일상적 안부만 주고받을 뿐이다. 프랭크와 로봇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활자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구시대 산증인으로 불리는 노인과 최신 과학의 산물인 로봇. 프랭크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지만 로봇의 기억력은 분단위까지 정확하다.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루는 둘은 ‘도둑질’이라는 추억으로 연결된다. 모델명만 있을 뿐 이름조차 없는 로봇은 공통의 추억 덕분에 프랭크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프랭크는 로봇의 메모리 기록 때문에 함께한 강도질이 경찰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메모리를 전부 없앨 ‘포맷’ 버튼을 차마 누르지 못하고 망설인다. 메모리는 기억이고, 추억이기 때문이다. 추억을 공유할 수 없는 노년은 얼마나 쓸쓸할까. 여운이 길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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