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실망스러운 인사” 새누리 “특별히 할 말 없다”
언론노조 “방송 공정성 침해”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이 정수장학회 후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 설립자 김지태씨 유족과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언론노조 등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의 형식적인 독립성도 지키지 않았다” “(김 신임 이사장은) 제2의 최필립 이사장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지태씨의 다섯째 아들 김영철씨(61)는 28일 “김 신임 이사장은 제2의 최필립 이사장”이라며 “둘 다 박 대통령의 옷인데, 옷이 더러워졌으니 새 옷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리인을 바꾸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며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 있다면 신임 이사장은 박 대통령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을 내세우고 이사진도 전부 교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공대위도 실망감을 표했다. 추혜선 정수장학회 공대위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신임 이사장 선출에 최소한의 독립성이라도 유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최측근 인사를 선출했다”며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대학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는 박 대통령의 사조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자신과 정수장학회는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라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대위 공동위원장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그간 공대위는 최 전 이사장만 물러날 것이 아니라 정수장학회 이사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사장만 바꾼 것이 실망스럽다”며 “사회적 논란이 심해지자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상청회 출신을 임명해 논란을 피해 가려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수장학회는 장물에 해당한다”며 “장물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장물 관리자가 된다고 해서 장물의 기본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장물은 반드시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번 정수장학회 이사장 선임으로 방송의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서에서 “김 신임 이사장은 박 대통령의 사람으로 최 전 이사장과 다른 점이 없다”며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기대했던 언론노조와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저버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지분 100%와 MBC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박 대통령의 측근이 이사장으로 오면 언론의 공정성이 침해될 것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성주 MBC 노조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정수장학회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상청회장 출신에 후원금까지 낸 인사가 이사장 자리에 앉는 것을 보니 정수장학회가 박 대통령과 아예 관련이 없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여야의 반응이 갈렸다. 새누리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여론을 살피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우리 당에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반응이 없는 것으로 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김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한 의원은 “정수장학회를 끌고 갈 사람인데 장학생 출신이 됐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 기대를 벗어난 실망스러운 인사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김 이사장은 상청회 회장이었고, 매번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던 분”이라며 “대구 출신, 영남대 졸업 등의 이력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지울 수 없는 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정수장학회 신임 이사장의 선임은 최 전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이루고 설립 취지에 맞는 운영을 바랐던 국민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