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예비부부에 찾아오는 우울증 ‘메리지블루’

2013.04.29 15:39 입력 2013.04.29 15:56 수정
헬스경향 이보람 기자

# 한달 후 결혼하는 A양. 늦은 나이에 결혼하다 보니 주변에서 축하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A양은 주변의 축하가 부담스럽고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이다. 상견례와 혼수준비 할 때는 그저 바쁘고 정신이 없어 느껴지는 감정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울감이 커지는 듯하다. 주변에 이러한 감정을 토로했지만 “결혼 전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이라고 치부할 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메리지블루’라는 결혼 전 우울증이 있다는 걸 알았다.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날아온다. 영락없는 결혼시즌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와 신랑 중 일부는 가벼운 우울증이나 심리적 불안, 스트레스 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우울증이 심하거나 불안해진다면 ‘메리지블루’일 수 있다.

메리지블루는 결혼 전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일본 여류소설가 ‘유이카와 게이’의 베스트셀러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달에 크랭크인해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영화 ‘결혼전야’도 결혼 전 우울증, 메리지블루를 주 내용으로 한 남녀 4쌍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결혼 전 우울증, 즉 메리지블루는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우울증”이라며 “초기에는 결혼준비로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생각이 복잡하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으로 시작되다가 혼수, 결혼식 준비와 이 과정에서 겪는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불안, 우울증상으로 변화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좀 더 심해지면 잠이 잘 오지 않고 기억력도 떨어지면서 뭘 해도 흥미가 없고 의욕이 없는 무기력증에 빠지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대개 이정도가 되면 결혼 자체에 대해 회의가 들면서 판단이 흔들리고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 또는 ‘일을 크게 그르칠 것 같다’는 극단적인 불안감에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감정의 원인에는 차이가 있다. 여자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불확실성, 시댁과의 갈등이 가장 크며 남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경제적 부담감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하고 불안수준이 높은 사람들에서 더 잘 나타난다. 이러한 우울증은 결혼이 결정되고 준비가 구체화되는 시기에 발생하며 결혼 직후 바뀔 생활환경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이 교수는 “결혼은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웃어른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살펴야 하고 너무 잘하지도 너무 못하지도 않게 균형을 맞춰야 하며 말 한마디도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며 “이러한 경험은 요즘 같은 핵가족시대에는 사전에 경험으로 알기 힘든데다 어디서 가르쳐주는 곳도 없다보니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불만이 생기기라도 하면 큰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스트레스이론의 대표적인 연구자인 TH Holmes와 RH Rahe는 살면서 겪게 되는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했는데 여기서 결혼은 7번째로 심한 스트레스에 해당됐다. 이는 실직이나 임신, 가까운 친구의 죽음보다 더 큰 스트레스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결혼에 있어서는 크든 작든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혼 전 흔들리는 배우자를 보고 결혼을 망설일 수도 있지만 우울증상을 동반하면서 나타나는 초조감이나 망설임은 결혼우울증의 일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만일 불면이나 무기력, 대인기피 등의 증세를 동반한다면 정신과치료를 필요로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겪는 괴로움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이제야 정말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정신과 상담은 도움이 된다.

일단 가벼운 우울감 정도라면 결혼 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 이해하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결혼우울증 상태에서는 계속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고 비관적인 쪽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안심시키고 중요한 판단은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배우자를 고르는 것은 여행에 타고 갈 흠 없고 성능 좋은 차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동승자를 고르는 것”이라며 “비갠 뒤 땅이 더 단단히 굳는 것처럼 의심과 불안의 시기인 결혼우울증을 믿음과 신뢰로 잘 이겨 낸다면 서로의 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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