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45)는 2011년 5월 오전 8시15분쯤 대전 ㄴ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들어가 교사 ㄷ씨에게 “내 딸에게 왜 벌을 주느냐”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었다. ㄱ씨의 행패는 이후에도 수차례 더 반복됐다. 그는 어떤 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검찰은 처음에는 ㄱ씨를 교사들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교사들은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에 ‘업무방해’가 아니라 ‘공무방해’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문제의 남성을 ‘학생들의 업무를 방해한 죄’로 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 함은 직업과 기타 사회생활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하는 것”이라며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학생들 본연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 업무상 방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받은 것은 의무이자 권리이지 업무가 아니라는 뜻이다.

ㄱ씨는 그러나 병합기소된 공갈, 상해, 모욕, 사기, 무고, 상습상해 등의 혐의에서는 모두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형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