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우울증의 40% 차지…약물집중치료 필수
#A씨(남·37세)는 최근 심한 식욕부진으로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새벽 일찍 잠이 깨지만 두근거림 때문에 다시 잠들기 어렵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즐거움도 느끼지 못해 안색이 어두워졌다. 주위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A씨는 ‘멜랑콜리아우울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멜랑콜리아우울증은 생물학적 원인으로 나타나는 전형적 형태의 우울증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일상에서 거의 즐거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우울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를 겪게 되고 새벽에 일찍 깨며 아침에 우울증상이 심해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때로 심각한 우울증상을 동반하며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집중적 치료가 필요하다.
멜랑콜리아우울증은 일반우울증과는 달리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원명 교수는 “멜랑콜리아우울증은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기능 변화 등 생물학적 요인이 우세하게 작용한다”며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의 비정상적 활성화 등 신경호르몬요인 외에도 종양괴사인자-알파감소, 인터류킨-6 증가 등 다양한 사이토카인(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의 변화가 발병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멜랑콜리아우울증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연령층이 높은 경우 두드러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젊은층 환자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별·연령에 관한 부수적 연구가 필요하다.
서양의 경우 멜랑콜리아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1~5%를 차지하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아시아에서 멜랑콜리아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우울증의 30% 정도나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우울증의 약 40%가 멜랑콜리아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연구를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홍진표 교수팀은 “사계절의 변동이 큰 아시아인들이 멜랑콜리아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치료에는 항우울제 또는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물 병합요법 등 생물학적 방법이 이용된다. 비약물적 방법으로는 전기경련치료와 두개경유자기자극술 등이 있다. 박 교수는 “약물유지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조절하거나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으며 기존 기능회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일주일에 3회, 회당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실시하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