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대 없는 ‘베이직교회’ 개척한 조정민 목사 “교회의 사명, 기독교 본질로 돌아가는 것”

2013.08.15 21:58 입력 2013.08.15 22:53 수정
글·사진 김석종 선임기자

조정민 목사(62)는 MBC 기자 출신으로 1990년대 중반 <뉴스데스크> 앵커를 지냈다. 보도국 부국장, iMBC 대표이사 등 25년간 언론사에 몸 담았다. 정동영 의원 등이 그의 동기다. 그는 꼬박꼬박 새벽기도에 나가는 아내가 혹시 광신도가 아닐까 의심하면서 감시하러 간 온누리교회에서 고 하용조 목사를 만났다. 47세에 처음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이다. 그리고 50을 넘긴 나이에 돌연 직장에 사표를 냈다. 미국 보스턴 고든코넬신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목회자가 됐다. 온누리교회 부목사로 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위성방송인 CGNTV 사장을 지냈다. 2011년 하 목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해 10월 온누리교회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그가 이번에는 ‘베이직교회(Basic Community Church)’를 세웠다. 지난 3월3일 첫 예배를 드렸다. 60이 넘은 나이에 또 새로운 길을 떠난 것이다.

지난 9일 서울 청담동 이앤유빌딩 2층에 있는 베이직교회를 찾았다. 흔히 생각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선 ‘히스토리’라는 이름의 카페를 그대로 교회로 쓴다. 강대상(설교대) 같은 교회 비품이 하나도 없다. 탁자를 치우고 의자 200개를 들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벌써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신자가 300명을 넘는다. 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서서 예배를 본다. 교회 이름인 베이직(Basic)에는 그의 목회철학이 담겨 있다. 본질, 근본이라는 뜻과 함께 ‘Brothers And Sisters In Christ’의 머리글자이기도 하다. 그는 “크리스찬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길 떠나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교회 문턱을 낮추고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길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본질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잖아요. 교회의 본질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크기나 신도 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씀과 기도 속에 흘러넘치는 사랑이 그대로 삶이 되는 교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공동체의 꿈을 베이직교회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MBC 앵커 출신의 조정민 목사는 50이 넘은 나이에 목사가 돼 60이 넘어 새로운 교회를 개척했다. 15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그는 기독교의 본질(베이직)에 충실하겠다는 목회철학으로 ‘베이직교회’를 이끌고 있다.

MBC 앵커 출신의 조정민 목사는 50이 넘은 나이에 목사가 돼 60이 넘어 새로운 교회를 개척했다. 15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그는 기독교의 본질(베이직)에 충실하겠다는 목회철학으로 ‘베이직교회’를 이끌고 있다.

▲ 고 하용조 목사 만나고 명앵커서 목회자의 길로
크기·신도 수 안 중요해… 말씀과 기도만 있으면 돼
여생 ‘굿 뉴스’만 전할 것

조 목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스타로 더 유명하다. 15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그는 2010년 5월부터 매일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식이다. “칭찬은 그 사람을 위한 말이고, 아첨은 나를 위한 말입니다. 좋은 말이라고 다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아첨을 칭찬으로 들으면 이미 그물에 걸린 것입니다.” 조 목사는 그것을 ‘트위터 잠언록’이라고 말한다.

“SNS는 일종의 ‘광장’입니다. 이 현대판 아고라를 잘 활용하는 것도 기독교인의 시대적 책임입니다. 처음 트위터를 접해보니 가볍고 무책임한 글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트위터의 짧은 메시지를 솔로몬의 3000개 잠언처럼 써보고 싶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옹달샘의 물 한 모금이 되는 잠언 말입니다.”

조 목사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삶의 지혜, 성찰, 명상, 위로, 격려가 주제다. 처음에는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삼았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믿음, 사랑, 소망의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까지 소통하기 위한 장치다.

조 목사는 그동안 트위터에 올린 잠언 가운데 365개씩 추려 <사람이 선물이다> <인생은 선물이다> <길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차례로 출간했다. 이 책들은 서점가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날의 그는 야망형 인간이었다. 조 목사는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25년 동안 ‘배드 뉴스(bad news)’를 전했는데 이제 남은 생은 ‘굿 뉴스(good news)’만 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이 이처럼 180도 달라진 데는 하용조 목사의 영향이 컸다. 하 목사는 “사람이 교회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하나님을 위해서 일한다는 게 자칫하면 내 생각, 야망, 욕망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한국 교회는 신자들을 너무 오랫동안 교회의 일에 묶어두고 있습니다. 그들을 세상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아름다운 삶과 사랑으로 흘러넘칩니다. 교회는 그저 기도하고, 말씀 듣고, 교제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곳이면 충분합니다. 요즘 교회가 일으키는 많은 잘못도 예수님을 바로 따라가면서 진리를 살아내면 다 해결됩니다. 베이직교회는 그런 반성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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