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대선 전 누구와 만났는지 ‘모르쇠’

2013.08.16 22:09 입력 2013.08.17 12:39 수정

시종일관 당당·웃는 모습도… ‘박원동 통화’는 시인

중간수사결과 발표 전날 ‘수상한 점심모임’ 새 의혹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의 16일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시종 당당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증인석 의자에 등을 기대고 상체를 뒤로 기울인 채 질문하는 의원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떳떳하고 당당하다”며 적극 반박했다. 민감한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는 답을 되풀이했다. 때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의미심장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증인답지 않은’ 자세는 청문회 시작 전 증인선서를 거부할 때부터 예고됐다. 민주당은 “위증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것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증인의 기본적 권리”라며 두둔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수사 은폐·축소 의혹은 모두 부인

여야 의원들은 김 전 청장이 서울 수서경찰서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힌 검찰 공소 내용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수사 진행을 방해했다고 했다. 인정하나”라고 물었다. 김 전 청장은 “검찰 공소장의 전체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이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 수사에 외압을 줬다’고 했는데 맞나”라고 묻자 김 전 청장은 “당당하게 수사하라는 격려 전화였다”고 되받았다.

은폐·축소 수사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분석관들이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행위 단서를 찾아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수서서에 분석결과를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의혹이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디지털 분석결과를 고치라고 할 만한 지식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김 전 청장은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에 전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호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청장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15일 오찬’ 행적을 파고들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에서 아이디와 닉네임, 접속기록 수만건 등이 기록된 텍스트 파일이 발견됐고 15일 이 내용이 김 전 청장에게 보고됐다”고 적시했다.

민주당 박영선·김민기 의원은 “12월15일 청와대 주변 식당에서 7명과 점심식사를 했고 결제를 오후 5시에 했다. 누구와 이렇게 오랫동안 식사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어 박 의원이 “정치인을 만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고, 정청래 의원은 당시 서울경찰청 부속실이 예약한 식당 접수증 복사본을 흔들며 동석자를 거듭 물었다. 이 자리에 여권 인사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했을 것이란 게 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기억 안 난다.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허위’ 수사결과 발표·수사 외압 의혹

대선 3차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12월16일 밤 11시, 김 전 청장이 ‘허위’ 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관심이 집중됐다.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밤 11시에, 보도자료부터 올리고 다음날 브리핑을 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라고 추궁했다.

김 전 청장은 “국민들이 이례적이라고 생각할 소지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수사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간수사 발표를 앞두고 새누리당 권영세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과 상의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수사 발표 전에 권영세 종합상황실장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얼토당토않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이 “12월16일 오전에는 국정원 직원이 김 전 청장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하자 “병원에 가서 손톱을 치료하고 오후 2시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은 12월16일 오후에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박영선 의원이 “박 전 국장과 몇 시에 통화했느냐”고 묻자 “오후에 전화가 왔다. 한 차례 통화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이 통화 내용을 추궁하자 “박 전 국장이 ‘참 조심스럽지만 주변 이야기를 전한다. 경찰이 (댓글 사건을) 분석할 능력이 있는지 우려하는 얘기가 있다. 2~3일이면 충분한데, 경찰이 (수사를) 다 끝내놓고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박 전 국장의 발언이 외압 아니냐는 질문에 김 전 청장은 “압력이라기보다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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