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루상’ 사라진 일본

2014.05.23 15:29 입력 2014.05.23 21:30 수정

도쿄 시부야서도 찾기 힘들고

관련 패션잡지들 잇따라 휴간

“진지한 사회로 바뀌는 징조”

‘갸루’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갸루가 사라지고 있다. 갸루는 소녀를 뜻하는 영어단어 ‘girl’의 일본식 발음으로, 짙은 화장과 기발한 옷차림을 한 젊은 여성을 일컫는다.

23일 오후 갸루의 집결지로 유명했던 도쿄(東京) 시부야의 센터 거리. 예전에는 상가와 패스트푸드점이 밀집한 이 일대에서 갸루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한 주민은 “몇 년 전부터 갸루들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요즘 들어서는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신주쿠 등 도쿄의 다른 젊은이 집결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갸루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갸루 관련 산업도 쇠퇴하고 있다. 1995년 창간한 이후 갸루문화를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일본 잡지 ‘egg’는 이달 말 발간하는 7월호를 끝으로 휴간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도 갸루 관련 잡지 1개가 휴간에 들어간 바 있다.

일본에 갸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지나치게 짙고 검은 화장, 상상을 초월하는 패션 등을 통해 나름대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온 갸루의 특징은 남성을 겨냥해 얼굴이나 몸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화장과 복장을 통해 ‘갸루 세계’에서 돋보이는데 힘을 쏟는 경향을 보여왔다. 갸루 고유의 화장을 하는 젊은 여성들을 지칭한 ‘갸루족’, 고등학교에 다니는 갸루들은 일컫는 ‘고갸루’와 같은 신조어도 속속 등장했다. 갸루문화는 바다 건너 한국 등 아시아 지역 곳곳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박성호가 ‘갸루상’ 캐릭터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어떤 유행이 등장하면 보통 5년 정도 생명력을 유지하다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20년 가까이 지속된 ‘갸루문화’가 최근 들어 일본에서 힘을 잃어 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작가 나카자와 아키코(中澤明子)는 “취직이 어려워지는 등 노동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자신을 ‘제멋대로’ 꾸미기보다는 보다 ‘진지하게’ 꾸미려 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현상, 즉 진지함을 중시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을 통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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