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위에 벌금형… 알바노조의 비애

2014.07.14 21:37 입력 2014.07.15 11:07 수정

법원, 하루벌이 노조원 20명에 모두 1500만원 선고

노조 “법 잣대 폭력적”… 노역형 자원·모금 운동도

“하루하루 알바로 사는데, 벌금 100만원 낼 돈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결국 노역형을 살아야겠죠.”

지난 13일 수화기 너머로 들린 대학생 김재섭씨(24) 목소리엔 허탈함이 가득했다. 7학기 동안 학자금 대출로 2600만원을 짊어진 채 대학생활을 해나간다.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생활비를 벌어가던 그는 지난해 아르바이트 노동자 권리에 눈 뜨면서 ‘알바노조’에 가입했다. 하지만 1년 뒤 받아든 건 법원이 선고한 100만원의 벌금이었다. 지난 6월13일 최저임금 인상 시위를 벌이면서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 건물 처마에 오른 게 처벌 대상이 됐다.

<b>‘벌금 폭탄’ 규탄</b>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1만원 운동과정에서 부과된 1500만원의 벌금에 대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던 알바노조 관계자들에겐 30만~400만원의 벌금이 부과돼 누적벌금이 1500만원에 달한다. 구 위원장은 “알바들은 벌금 낼 돈이 없다”며 “직접 노역을 하겠다”고 밝혔다. | 강윤중 기자

‘벌금 폭탄’ 규탄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1만원 운동과정에서 부과된 1500만원의 벌금에 대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던 알바노조 관계자들에겐 30만~400만원의 벌금이 부과돼 누적벌금이 1500만원에 달한다. 구 위원장은 “알바들은 벌금 낼 돈이 없다”며 “직접 노역을 하겠다”고 밝혔다. | 강윤중 기자



‘벌금 폭탄’은 김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알바노조 조합원 20여명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최저임금 인상’ 운동으로 모두 1500여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조합원 이장원씨(22)에게 떨어진 벌금은 50만원이다. 그는 “동생이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게 돼 이제 부모님에게 학비도 지원받기 힘든 상황이다. 벌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알바노조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단체 벌금형에 대해 법원과 경총을 규탄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1인당 100만원이 넘는 벌금은 알바생들이 지금 최저임금으로 한달 내내 일해도 못 버는 돈”이라며 “폭력 성향의 집회도 아니었는데, 취지엔 관심을 갖지 않고 현행법 잣대만 들이대는 게 폭력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벌금형을 받기 쉬운 알바노조 운동의 어려움도 설명했다. “기존 노동조합처럼 하나의 사업장에 다수의 노동자가 있는 단체라면 파업도 하고 집단적 힘을 행사할 수 있는데, 알바 노동자들은 시간적 여유도 없고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어요. 시위를 해도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많은 사람에게 빨리 널리 인상 깊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서게 되죠.” 벌금 400만원이 부과된 구 위원장은 14일 서울 서부지검에 출두해 자진 노역형에 들어갔다.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집단 벌금형 때문에 위축되어 있다. 이장원씨는 “벌금 50만원이 떨어져도 오래 일한 돈이 그냥 날아가다 보니 조합원 중에는 투쟁 현장에 오길 꺼려 하는 이들도 있다. 나 역시 때론 조합원 활동을 그만 두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씨는 그럼에도 알바노조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당장 최저임금을 안 지키고 부당한 일을 시키는 사업장에 가게 되면 알바노조 말고는 비빌 언덕이 없다”고 말했다.

알바노조는 14일부터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벌금을 낼 형편이 안되는 조합원들에게 수배가 떨어지기 전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구 위원장은 “벌금 때문에 모금하게 됐다는 사실보다 알바노동의 문제로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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