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 박치기·김기수 KO승에 환호하던 ‘장충체육관’ 새 옷 입고 돌아왔다

2015.01.16 22:12 입력 2015.01.17 20:11 수정

리모델링 마치고 17일 재개장

▲ 농구·씨름 등 실내스포츠의 ‘성지’… 대학가요제·마당놀이 등 공연도
유신 시절엔 ‘체육관 선거’ 치러져… 개장식에 왕년의 스타 100명 출동

‘한국 실내스포츠의 성지’ 장충체육관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1963년 2월1일 개관 이후 50년간 온 국민과 함께 울고 웃은 장충체육관이 2012년 5월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한 지 2년8개월 만에 웅장한 외관과 첨단시설로 새 단장하고 17일 재개장한다.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챔피언을 비롯한 전설적인 스포츠 영웅들을 탄생시킨 곳, 대학가요제와 외국 유명가수들의 내한공연은 물론 대통령 선거까지 치른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공간 장충체육관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첨단 조명시설에 채광창을 갖춰 밝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장충체육관에서 지난 15일 연세대 농구부 선수들이 시설 점검차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새 단장한 장충체육관은 기존 지하 1층~지상 3층에서 지하 2층~지상 3층으로 커졌고 관람석은 총 4507석이다. | 연합뉴스

첨단 조명시설에 채광창을 갖춰 밝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장충체육관에서 지난 15일 연세대 농구부 선수들이 시설 점검차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새 단장한 장충체육관은 기존 지하 1층~지상 3층에서 지하 2층~지상 3층으로 커졌고 관람석은 총 4507석이다. | 연합뉴스

장충체육관은 숱한 스포츠 영웅을 배출하며 온 국민을 웃기고 울렸다. 1966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WBA 주니어미들급 타이틀전에서 한국 최초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된 김기수. | 경향신문 자료사진

장충체육관은 숱한 스포츠 영웅을 배출하며 온 국민을 웃기고 울렸다. 1966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WBA 주니어미들급 타이틀전에서 한국 최초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된 김기수. | 경향신문 자료사진

17일 재개장하는 장충체육관에선 3차례 대통령 선거도 치러졌다. 1980년 8월2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1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고 있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17일 재개장하는 장충체육관에선 3차례 대통령 선거도 치러졌다. 1980년 8월2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1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고 있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땀과 환희, 눈물이 함께한 역사의 공간

장충체육관은 숱한 스포츠 영웅을 배출했다. 먹고사는 게 힘들었던 1960~1970년대에 국민들은 프로복싱과 프로레슬링에 열광하며 잠시나마 시름을 덜었다. 1966년 6월25일 김기수가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미들급 타이틀전에서 1960년 로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니노 벤베누티(이탈리아)를 2-1로 꺾고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초로 세계챔피언에 올랐을 땐,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6500여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차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박치기왕’ 김일의 호쾌한 박치기와 천규덕의 당수, 장영철의 드롭킥 등 프로레슬링이 열리는 날이면 장충체육관은 인산인해, 발 디딜 틈을 찾지 못할 정도였다. 김일은 1967년 4월 이곳에서 세계 프로레슬링 헤비급 챔피언이 됐고, 1975년 3월27일엔 안토니오 이노키(일본)와 라이벌전을 치러 전 국민의 눈과 귀를 끌어모았다.

1972년 12월 유신헌법에 의해 탄생한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제8대 박정희 대통령을 선출한 곳도 장충체육관이다. ‘체육관 선거’는 1979년 박 대통령 사망 후 다시 열려 단독 입후보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10대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듬해 8월 제11대 전두환 대통령 선출까지 모두 세 번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1983년에는 농구대잔치와 민속씨름이 이곳에서 출범했다. 4월14일 열린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에서 호쾌한 뒤집기와 화려한 기술씨름을 선보인 이만기의 천하장사 탄생에 전 국민은 열광했고, 이봉걸·이준희와의 라이벌전에는 가슴을 졸였다. ‘슛도사’ 이충희와 ‘전자슈터’ 김현준의 경쟁도 여기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고, 1984년 시작된 대통령배 배구대회를 통해 장윤창·강만수 등 거포들의 경연도 펼쳐졌다.

경기장으로서뿐 아니라 공연장으로도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1966년 12월 미국의 팝 가수 팻 분이 공연한 것을 비롯해 1989년과 1992년엔 대학가요제가 개최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마당놀이 공연장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시설이 노후되고 첨단 실내체육관에 밀리면서 스포츠 경기가 줄어들고, 운영주체가 민간으로 넘어간 후엔 땡처리 시장으로 전락하기도 해 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17일 공식 개장식에는 장충을 빛낸 스포츠 스타 100명이 총출동해 과거의 추억을 시민들과 함께 나눈다. 복싱의 홍수환·박종팔·김광선, 농구의 신동파·박찬숙, 배구의 장윤창·마낙길, 핸드볼의 임오경, 프로레슬링 김일의 제자 이왕표 등이 나서 팬사인회와 사진촬영, 팥죽나눔 행사 등을 연다.


■ 첨단시설 갖춘 복합 문화체육시설로

326억원을 투자한 리모델링을 거쳐 지하 2층을 신설하면서 연면적을 1만1429㎡로 늘렸다. 신설한 지하 2층에는 주민들의 생활체육공간도 마련했다. 총관람석은 이동식 1324석을 포함해 4507석이며, 종전 46㎝이던 객석의 폭을 51㎝로 늘리고 팔걸이도 설치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가족·연인석 등 테마석과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설치했다.

여느 공연장 못잖은 흡음시설과 최첨단 음향, 조명, 방송 중계 설비를 갖췄고 국내 실내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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