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으로 모터사이클을 탔다. 아직 바람이 차갑다. 그렇지만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제 모터사이클 시즌이 돌아 왔다.
엑시브(EXIV) 250R. 토종 브랜드 KR모터스의 최신 기종이다.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표방했다. KR모터스 출범 이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품질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이 엑시브 250R이란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배기량은 249.4㏄이고 수냉 DOHC 4밸브 단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건조중량은 143㎏. 시트고는 810㎜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만큼 공격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초보자보다는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라이더에게 적합하다.
키(key)를 돌리고 스타트버튼을 누르자 ‘어흥’하며 울부짖는다. 마치 호랑이의 포효 같다. 이 등급에서 이런 박력은 처음이다. 단기통 특유의 저음에 강력한 타악기가 가미된 듯 낮고 강한 소리다.
R이 뜻하는 레플리카(복제라는 의미로서 실제 경기에 출전하는 레이싱 바이크와 유사한 모양) 장르에 걸맞게 핸들이 쑥 내려 앉아 있다.
레플리카는 처음이라 어색하다. 엉덩이를 빼고 허리를 많이 굽혀야 한다. 게다가 머리를 치켜들어야하니 목은 뻣뻣해지고 어깨는 쑤신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당분간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형제 버전인 네이키드(전면 덮개가 없는 스포츠 바이크) 장르 엑시브 250N에 비하면 좀 더 스포티하고 액티브한 라이딩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엑시브 250N이 직선지향적인 설계라면 엑시브 250R은 공기저항을 감안, 유선형을 좀 더 강조했다.
시트에 앉아 자세를 잡으면 마치 서킷에 오른 레이서가 된 느낌. 좀 더 뒤쪽으로 배치된 풋 스텝은 언제든 박차를 가하고 튕겨 나갈 수 있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
스로틀을 당겨본다. 사실 250㏄ 배기량 정도의 모터사이클에서는 가속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다. 반신반의하며 오른손을 거칠게 비틀어 본다. 뜻밖에 거침이 없다.
최대 토크는 2.46㎏/m/7,000rpm이다. 그리 높은 토크는 아니지만 손목에 힘을 가하는 족족 가볍게 디지털 속도계의 숫자가 치솟는다. 변속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 어느새 기어는 ‘5단’이다. 어느 정도 탄력이 붙으면 내쳐 ‘6단’ 기어를 넣는다. 그러면 고속에서 낮은 회전수로 연비주행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속도를 크게 떨어뜨려 저속으로 ‘쫄쫄’ 주행할 경우에는 기어조작에 신경 써야 한다. 기어비가 맞지 않거나 기어 변속에 인색하면 시동 꺼뜨리기 십상이다. 반클러치를 적당히 사용하는 것도 요령. 느린 속도에서는 확실히 기어를 2단 아래로 낮춰야 시동 꺼먹는 창피(?)를 면할 수 있다.
탁 트인 직선도로다. 윈드스크린에 머리를 묻으면 고속에서도 공기의 저항을 그리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 또한 매끄럽고 풍성하게 만든 풀 페어링(모터사이클의 일부 부품을 덮은 공기 역학적 부분. 공기의 마찰을 감소시키고 운전자의 불편함을 줄여준다)은 강한 맞바람도 거침없이 헤쳐 나간다.
와인딩(구불구불한) 도로에서의 코너링도 발군이다. 시트 포지션이 높다보니 좌우로 무게 중심을 쉽게 옮길 수 있어 라이더의 의지를 쉽게 받아들인다. 능숙한 요리사가 부침개를 손쉽게 뒤집듯 편안하다.
37㎜ 텔레스코픽(망원경 모양) 도립식 포크가 장착된 프론트 서스펜션과 가스충전식 모노 쇽업저버가 달린 리어 서스펜션이 충분한 접지력을 유지하게 한다.
국산하면 무조건 경원시 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제나 일제독일제를 최고로 치고 양키시장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 됐다. 전자제품이나 의류 등은 오히려 국산이 품질 좋고 가격도 비싸다. 국산이라 말하면 오히려 안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는 아직 국산이 대접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 첨단기술로 무장된 다국적 기업의 공세는 아직도 뜨겁다. 정글에서 토종브랜드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기술력과 디자인을 높이는 것뿐이다. 거기에 가격경쟁력은 필요충분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