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서열의 세계…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경호원 수 누가 더 많을까

2015.04.10 21:49 입력 2018.07.31 10:17 수정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이 만나면 누가 상석에 앉을까.

지난달 13일 오후 3시 청와대 접견실에는 ‘대한민국 서열 1위부터 6위’까지가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완구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초대해 중동 4개국 순방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식당, 자동차, 집에서도 나이·직위·‘갑을’ 관계 등에 따라 상석부터 윗(?)사람이 앉는 것이 한국 문화다. 한국 ‘넘버원’부터 ‘넘버식스’는 이날 어떻게 앉았을까.

카메라로 촬영했을 때 가장 중심에 나오는 상석은 국가 의전(儀典)서열 1위 박근혜 대통령 몫이었다. 바라보는 입장에서 박 대통령 왼쪽에는 서열 2위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른쪽에는 3위 양승태 대법원장이 앉았다. 4위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박 대통령과 한 좌석 떨어져 정의화 국회의장 왼쪽에, 5위인 이완구 국무총리는 양승태 대법원장 오른쪽에 앉았다. 6위인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박한철 소장 왼쪽에 앉았다. 사진 한 장에도 의전서열은 꼼꼼하게 적용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완구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만나 중동 4개국 순방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미지 크게 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완구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만나 중동 4개국 순방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넘버투’ 국회의장, 5위 국무총리… 경호원수는?

▲ 의전서열 5위까지 경호… “경호 규모는 상급비밀”
국회의장보다 국무총리가 경호원 수는 2배 이상 많아

행정자치부가 2014년 펴낸 <정부의전편람>에는 의전을 ‘공식적인 예절’이라고 표현했다. 일상생활이나 개인들 사이에서는 예절이라 하고, 조직 단위, 국가 또는 국제 단위에서는 의전이라 부르는 것이다. 각종 의식에서 누가 상석에 앉고, 먼저 들어설 것인지 등이 의전서열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모든 공직자 서열이 명쾌하게 나열돼 있지는 않다. <정부의전편람>에는 주요 5부 요인, 국회 부의장·상임위원장, 군 수뇌부 등을 ‘주요 참석 대상자’로 지정해뒀지만 이들의 구체적 서열을 모두 나열해두진 않았다. <정부의전편람>을 바탕으로 외교부가 발간한 <의전실무편람>에 나온 의전서열이 공식적인 자료지만 포함된 대상의 수가 적다(표 참고). 행자부 관계자는 “의전서열이란 게 공식적인 것은 없다. 규정에도 나와 있지 않고, 관례적으로 해왔다”며 “누가 주최했는지, 행사 성격이 어떤 것인지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정부 부처가 개편되는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의전서열 5위까지는 경호원의 경호를 받는 특혜가 주어진다. 국내에서 경찰 등이 경호를 하는 인사는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외에는 국회의장·대법원장·헌재소장·국무총리뿐이다. 경찰청 경호과 관계자는 “경호 대상자, 경호 규모는 상급비밀”이라며 “(대통령 외에) 전직 대통령, 4부 요인 등까지 경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전서열=권력서열’은 아니다. 실제로 2위인 국회의장 경호원보다 국무총리의 경호원이 2배 이상 많다. 대법원장·헌재소장도 경호원인 의전비서관 등이 있지만 모두 숫자는 다르다. 보안을 이유로 경찰은 의전서열에 따른 경호원 수를 밝히지 않지만 서열이 높다고 경호원 숫자가 많지는 않은 것이다.

대규모 행사에 급히 참여해야 할 경우 의전 인사들에게는 신호 통제로 차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핵안보 정상회의 등 참가자가 많고 중요도가 높은 행사는 주변 도로를 통제하는 만큼 전용도로를 제공하거나 교통신호 등을 조정해준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신호 준수가 원칙이다. 하지만 대규모 급한 행사가 있을 경우 통제를 해서 차가 원활하게 갈 수 있게 한다. 일반적인 행사에서는 신호를 준수한다”고 밝혔다.

■ “대법원장이 높아요? 헌법재판소장이 높아요?”

▲ 헌재 출범 10여년간 총리보다 낮은 5위 대접
“서열 정리 해달라” 요청으로 헌재소장 4위로 올라

의전서열에는 대통령제인 한국을 지탱하는 ‘3부’, 입법·사법·행정부의 우선순위가 반영돼 있다. 3권을 중심으로 서열을 정리한 것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1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2위다. 하지만 나이 많은 학교 후배와 어린 선배 사이처럼 서열 정리가 언제나 명쾌하지는 않다. 바로 사법부 최고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과 뒤늦게 출범한 또 다른 최고기관 헌법재판소가 그렇다. 두 기관은 명확히 선후배를 가리기 어렵다.

1988년 헌법재판소가 출범한 뒤 헌법재판소장의 의전서열은 고민(?)의 대상이었다. 1988년 8월5일 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15조 1항에는 ‘헌재소장의 대우와 보수는 대법원장의 예에 준한다’고 규정돼 있다. 얼핏 보면 동등하다고 해석되지만 ‘예에 준한다’는 표현이 ‘수정되어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이 때문에 여러 국가 행사에서 헌재소장이 대법원장보다 낮은 대우를 받았다. 1991년 11월 이런 문제점을 인정해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면서 헌재소장이 대법원장과 동일한 지위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예에 의한다’로 고치기도 했다.

출범 후 10여년간 헌재소장의 지위는 대법원장보다, 그리고 행정부 ‘넘버투’인 총리보다 낮은 서열 5위였다. 대법원장은 그렇다쳐도 총리보다 서열이 낮은 것은 사법부 최고기관 권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거해 대법원장과 동일한 국가 서열에 있는 헌재소장에게는 맞지 않는 위치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2001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재정경제부에 “헌재소장의 의전서열을 국무총리 앞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하며 서열 정리가 시작됐다. 실제 200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미 결과를 설명하는 오찬행사장에서는 헌재소장이 대법원장 다음인 국무총리 앞 좌석에 앉도록 정했다. 서열 4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후 ‘대법원장=헌재소장 > 국무총리’의 공식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2005년 11월에는 행자부가 상훈법 제18조를 개정해 국무총리 앞으로 서열을 이동시켰다. 2006년 3월에는 청와대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 순으로 의전서열을 수정 발표해 헌재소장의 서열 순위가 공식적으로 올라가게 됐다.

■ ‘보통’ 국회의원은 70위, 3선급 상임위장은 30위권

▲ 장관은 12~31위, 여야 원내대표 15·16위
군 수뇌부 59~69위‘보통’ 국회의원은 70위

의전서열은 ‘예절’의 하나인 만큼 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나열된 순위는 없다. 하지만 어느 집단에서도 자연스레 서열이 정해지듯 관례는 있다. 2012년 출간된 <경찰학사전>은 “의전서열은 경호의전의 하나. 공식 서열과 비공식 서열을 정함에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각국마다 관행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1위부터 70위까지 의전서열을 나열했다. 의전서열 순위에 대한 관례를 엿볼 수 있다.

<경찰학사전>이 정리한 대한민국 의전서열을 보면 최말단(?)인 70위는 ‘보통’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3선급 국회의원이 주로 맡게 되는 상임위원장은 32위 국회 운영위원장을 시작으로 49위 윤리특별위원장까지로 잡고 있다. 의원 중 가장 높은 의장은 서열 2위까지 올라간다.

장관은 국회 상임위원장보다 위인 12~31위에 위치했다. 장관 중 ‘우두머리’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12위이고, 장관 중 최하위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31위다. 이 사이에 여당 원내대표가 15위, 야당 원내대표가 16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장관 등 국무위원들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은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의전서열대로‘만’ 한다면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소가 의전서열을 뛰어넘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각 부처 장관보다 후순위지만, 국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국회의원이 앞서는 것이 관행이다. 축사는 국회의장(불참 시 부의장), 당 대표,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 국회의원, 각 부처 장관 순으로 한다. 같은 ‘보통’ 국회의원이면 선수를 기준으로, 선수까지 같다면 연장자가 먼저 한다.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은 각각 의전서열 10위, 11위였다. 9위는 국회 부의장, 그 위로는 여당 대표(6위), 야당 대표(7위)가 차지했다. 검찰총장은 58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는 59위부터 69위를 차지해 ‘평’ 국회의원 바로 위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서열을 강요하는 풍토는 ‘권위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점차 없어지고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서 의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의전은 국내 의식을 넘어선다.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정치권,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이 외국 사절 등을 만나면서 ‘세계어’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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