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핵심 증거자료인 암 진단을 받은 건강보험 수진자 3484명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담배회사 측은 해당 자료만으로는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박형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는 공단이 손해배상액 산정의 근거로 삼은 이 자료가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양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공단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편평세포암·소세포암·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 중 흡연력을 확인한 3484명에 대한 흡연력과 급여비 내역 등을 정리해 제출했다. 공단 측은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병해 공단에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밝혔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은 증거로 제출된 그 3484명이 피고 회사들의 담배를 실제로 피웠는지, 가족력과 생활력 등이 어떠했는지를 개별적으로 모두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담배인삼공사(KT&G)측은 과거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대법원 판례를 들며, “선행소송에서는 (흡연과 폐암과의)인과관계에 대해서 흡연력, 가족력, 병력, 생활습관까지 확인했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가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수진자들이 실제 피고 회사들의 담배를 피웠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K) 측은 “수진자들이 우리 회사의 담배를 피웠는지에 대해서 전혀 확인할 수가 없다”며 “피고 회사들의 시장점유율만을 근거로 연대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했지만, 원고의 논리대로라면 실제 가해자가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차량 급발진 사고가 난 경우엔 현대차, 라면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면 농심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공단 측 안선영 변호사는 “수진자 본인의 가족들의 확인서와 흡연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어떤 담배회사의 어떤 종류의 담배를 폈는지 등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지난해 “흡연으로 생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지급한 건강보험금을 배상하라”며 KT&G 등 담배회사 4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기일은 7월3일 오후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