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업이 활발해지면서 건물 옥상 등에서 꿀벌을 길러 벌꿀을 수확하는 도심 양봉장이 확산되고 있다.
2013년 창립해 도시 양봉을 시작한 소셜 벤처 ‘어반비즈서울’은 서울과 수도권에 양봉장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 양봉장이 들어선 곳은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 양재역 인근 건물 옥상, 서울대, 노들섬 등이다. 벌통 한통 당 꿀 생산량은 5∼10㎏ 정도다.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는 1일 “꿀벌은 따뜻하고 건조한 곳을 좋아해 고온 건조한 도시는 꿀벌을 기르기 좋은 환경”이라며 “도심에는 농약을 친 공간이 거의 없는데다 꿀벌의 먹이가 되는 식물도 풍부하다”고 도시 양봉의 이점을 소개했다.
도시 양봉은 꿀벌 사육을 통한 단순한 벌꿀 획득이 아닌 도시 환경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꿀벌을 키우려면 벌이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심어야 한다. 또 자연스럽게 벌을 먹는 곤충, 곤충을 먹는 새도 날아와 도시 생태계가 다양해진다.
아울러 꿀벌은 환경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나타내는 지표 역할을 한다. 벌 개체수를 분석해 중금속 오염도 등 대기 환경을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도시 양봉은 일반 전업 양봉과는 생산 방식이나 목적이 다르다”며 “꿀 생산량 목표는 세우지 않고 꿀벌과의 공생을 통한 도시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도시 양봉 육성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로는 대전이 꼽힌다. 대전시는 2013년 시청사 옥상에 꿀벌 10만 마리를 기르는 벌통 5군을 설치하고 꿀 165㎏을 생산해 지역 주민을 위해 사용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시청 옥상을 비롯해 옛 충남도청사, 대전인재개발원, 대전농업기술센터, 동부평생교육문화센터,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7곳에서 도심 양봉장을 운영한다.
아울러 구봉산 인근에 시민 체험양봉장을 열어 양봉에 관심 있는 시민에게 벌통 1군을 빌려주고 양봉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설탕 등 첨가물을 포함하지 않은 천연 벌꿀을 생산해 전량을 참여 시민에게 제공한다.
김광춘 대전시 농업유통과장은 연합뉴스에 “도시 양봉은 자연과 공존하는 가치 있는 산업”이라며 “꽃과 농작물 결실을 도와 농산물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을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2년 시청 서소문별관 2동 옥상에서 두 달간 도심 양봉장을 운영하면서 아카시아 꿀 40ℓ를 수확했다. 이듬해 상암 월드컵공원에도 꿀벌 2만 마리를 키우는 양봉장을 설치했다.
서울 강동구는 2013년 벌통 10개를 시작으로 친환경 도심 양봉장 운영에 들어갔다. 올해 벌통 30여개를 운영하며, 채집한 벌꿀은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의 성분분석을 거쳐 강동구 친환경 농산물직매장 ‘싱싱드림’에서 판매된다.
외국 대도시 곳곳에서도 도시 양봉이 활발하다. 영국 런던에서는 도심 양봉장 3300여곳을 기반으로 도시양봉가 2만여명이 활동한다.
일본의 경우 2005년 도쿄 번화가 긴자에 있는 한 건물 옥상에서 양봉을 시작한 이래 다른 지역으로도 도시 양봉이 확산됐다. 지난해 긴자 양봉장에서 수확한 벌꿀은 약 1t에 달한다.
도시 양봉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도심에서 꿀벌을 키우는 것이 위험하지 않냐는 우려도 많다.
지난 4월 숭실대 옥상 양봉장에서 연구용으로 기르던 꿀벌 수만 마리가 건물 1층 주변으로 쏟아져 나와 학생과 교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꿀벌은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어반비즈서울에 따르면 말벌과 달리 꿀벌은 먼저 위협하지 않는 한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 관리만 잘하면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