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간 격차 강조 ‘노동4법’이 경제 문제 해법 인식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56)는 20일 일자리·양극화 문제 해법으로 정규직의 양보를 통한 “중향평준화가 답”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 불평등의 핵심 원인으로 자본·계층 간 격차보다 ‘노동자 간 격차’를 지목한 것이다. 야 3당은 “잘못된 진단과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선 누군가 양보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많은 정규직들이 우선 양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정규직 처우를 정규직 수준으로 높이자는 야권 주장은 “상향평준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중향평준화’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 관련 4법’을 들었다. 정 원내대표는 “노동개혁 4법을 저지하는 귀족노조와 정치권이 어떻게 사회적 대타협과 노동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모든 경제 문제의 ‘최종 해법’으로 노동4법을 주장하는 ‘답정노(답은 정해져 있다, 노동4법)’식 여권 지도부의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연설의 3분의 2가량을 경제 문제와 ‘사회적 대타협’ 주장에 할애했다. 여권이 상대적으로 언급을 꺼려온 ‘재벌’ 문제도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롯데그룹을 거론하며 “독과점 규제 등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서 방만한 가족경영 풍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와 세금’ 논쟁에선 정부 입장과 발을 맞췄다. 정 원내대표는 “복지를 위해 세금을 어디에서 얼마나 더 거둬야 하는가에 국민적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며 “복지 구조개혁 문제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권 화두인 개헌론에는 신중론을 폈다. 그는 “(정치권이) 일반 국민의 삶과 관계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국회발 개헌 논의가 그런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야 3당의 평가는 박했다. 재벌 경영권과 분배 문제를 언급한 데는 ‘진전’이라는 평이 나왔지만, ‘중향평준화’에는 비판이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진단은 있으나 원인도, 해법도, 대안도 없는 실망스러운 연설”이라며 “모든 책임을 정규직 노조와 특정 집단에 전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 불평등과 분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간과했다”고 했고,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일방의 고통을 교묘히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이 아니라 ‘사회적 대협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