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미워서…정부, ‘최악 수해’ 북 주민 인도적 지원 ‘외면’

2016.09.18 22:39 입력 2016.09.18 23:35 수정

북 “해방 후 최대 재앙”…유엔 “138명 사망·400여명 실종”

세계식량계획·국제적십자사 외 국제사회 지원 크게 줄 듯

<b>직접 복구 나선 주민들</b> 북한 주민들이 맨손으로 함경북도 지역에 발생한 홍수 피해를 복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직접 복구 나선 주민들 북한 주민들이 맨손으로 함경북도 지역에 발생한 홍수 피해를 복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함경북도 지역에 발생한 홍수로 수백명의 인명 피해와 기반 시설이 파괴되는 재난을 당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 9일 5차 핵실험 등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가라앉은 상태여서 지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으로 인한 큰물피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사망자 60명, 실종자 25명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논밭 7980여정보가 침수되고 이재민 4만4000여명이 발생했다. 평양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실은 14일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138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2만채가 무너졌다”면서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함경북도와 양강도 주민 14만명에게 긴급 구호식량을, 국제적십자사는 52만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북한은 유엔대표부를 통해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e메일을 미국 대북지원 단체들에 발송했다. 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b>“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굴착기”</b>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함경북도 지역 수해 복구를 위해 보낸 유압식 굴착기가 열차에 실려 청진에 도착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굴착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함경북도 지역 수해 복구를 위해 보낸 유압식 굴착기가 열차에 실려 청진에 도착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다. 재난피해 복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실마리로 작용했던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가 완전히 닫혀 있는 상황인 데다 정부가 5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시점이어서 인도적 지원 문제를 거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5일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해 19~20일 제3국에서 대북 접촉을 신청해 정부의 승인 여부가 주목된다. 59개 대북지원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북민협은 지난 9일 긴급 상임위원회에서 대북 수해복구 지원사업을 결의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수해 지원의 시급성과 필요성 등을 종합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직접 지원 요청을 할 경우 검토해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 남북 간 분위기에서 북한이 그런 요청을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야당은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이 와중에 수십만명의 군중을 동원해 핵실험 자축 행사를 연 북한 당국의 처사도 한심하지만 수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걱정”이라며 “북한 당국이 밉더라도 같은 민족의 고통을 모르쇠하는 것 역시 인도(人道)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핵무기 개발로 북한 지도부에 대한 경계와 적대감마저 드는 상황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인도주의에 입각해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신속한 구호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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