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의 정점으로 꼽힌 신동빈 회장(61·사진)이 20일 검찰에 출석했다.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특경가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신 회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20분쯤 서초구 검찰청사에 들어선 신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 인정하느냐’ ‘롯데건설 300억 비자금 조성 지시했느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서 자세히 말하겠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날 검찰청사에는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검찰은 신 회장이 일부 롯데 계열사의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자산을 헐값에 특정 계열사로 몰아주는 방식으로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의 부당 지원,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를 통한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롯데건설이 최근 10년간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신 회장이 관여했는지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이 파악한 신 회장의 전체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2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의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신 회장이 개입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날 신 회장에 대한 조사로,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지 3개월만에 롯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날 검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청구 여부에 대해)심사숙고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