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양자회담 ‘돌발 제안·긴급 철회’
비공개 긴급 의총에서 ‘퇴진 요구’ 당론 결정 뒤 비판 쏟아져
“민심 거스르는 결정, 절대 회담 안돼”…추 대표 거취도 기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58)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깜짝 제안’했다가 당내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제안을 백지화했다. ‘100만 촛불 민심’ 에 부응하기는커녕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던 제1야당 대표가 오히려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처지가 됐다. 추 대표 거취도 기로에 섰다.
추 대표가 이날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에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고 밝히자 가장 먼저 난리가 난 곳은 민주당이었다.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안인 데다 제안 사실을 언론 보도로 접한 의원들은 추 대표의 ‘단독 플레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누구 좋은 일 시켜주느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반격 카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비밀리에 추진된 추 대표의 의사 결정 방식 때문에 ‘민주당 판’ 비선 논란까지 낳았다.
추 대표가 발표하기 전까지 이 제안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극소수였다. 전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논의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전혀 공론화된 사안이 아니었다”(회의 참석 중진의원)고 한다. 추 대표도 회의에서 청와대 회동 얘기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도권 한의원도 “(대표의 결정을) 전혀 몰랐다”면서 “회담한다고 수습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당내에서 추 대표 발표 전에 제안을 들은 것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13일 밤 10시30분쯤 (추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면서 “의논도 했고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같이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우 원내대표와 논의 중이던 사안을 추 대표가 다음날 아침 덜컥 청와대에 통보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전날 연석회의 이후 대표 특보단과 만나 회동 제안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특보들 중 제안을 알았다는 인사도 없다. 제1야당 대표의 의사 결정에도 ‘비선 조직’이 관여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발이 커지자 우 원내대표는 당초 15일 열기로 했던 의원총회 일정을 앞당겼다. 이날 오후 4시 비공개 긴급 의총에서 의원들은 ‘쉬운 결론’부터 먼저 내렸다. ‘박 대통령 2선 후퇴’를 요구했던 민주당은 의총에서 ‘퇴진 요구’로 당론을 정했다.
이후 의총장은 추 대표 성토장이었다. 의원들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이니 청와대에 절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야 3당 대표가 대통령을 함께 만나야 한다”는 수정 제안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일부 의원은 “이왕 회담을 할 것이라면 분명히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지만 반발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추 대표는 의총을 정회하고 저녁 7시30분쯤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사안을 재논의했다. 결론은 회담 제안을 철회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다시 의총을 열어 회담 제안 철회를 의결했다.
하루도 못 버티고 물러난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대통령 퇴진으로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졌기 때문에, 회담을 철회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면서도 “대통령 퇴진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것이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