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공백 불가피…지배구조 개편 등 스톱
당장 하만 인수·3월 갤럭시S8 출시 등 영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이 현실화한 만큼 하루빨리 조직을 추슬러 경영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컨트롤타워로서 미래전략실이 당분간 존속하고,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집단경영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삼성은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이 그동안 “최순실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은 청와대의 압력에 의한 것이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특혜를 받은 일이 없다”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온 만큼 이 부회장의 기소 이후에도 법리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쓰러진 뒤 3년째 와병 중인 삼성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말 등기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인 ‘이재용의 삼성’ 시대를 열려던 시점에 터진 악재로 인해 그룹 리더십의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 회장이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검찰에 불려가지는 않았다. 이건희 회장 역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 2005년 ‘X파일 사건’,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구속되지는 않았다. 삼성으로선 창립 이래 처음 총수 구속 사태를 맞게 된 것으로, 그 충격파가 크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전체 의사결정의 구심점이 사라진 셈이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의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아직까지 비상경영체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분간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경영을 꾸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해체를 약속했지만 한동안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상황이어서 이들이 불구속 기소될 경우 예전과 같은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되, 굵직한 사안의 경우 관련 계열사 CEO 간 협의 등을 통해 풀어가고, 그룹 전반에 걸친 현안은 CEO 집단협의체 운영을 통해 논의해나가는 방식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지배구조 개편 작업 등은 당분간 멈춰 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논의 자체가 어려워졌다.
당면한 과제로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건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또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차기작으로 3월 말 공개 예정인 ‘갤럭시S8’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꾸려가겠지만, 삼성의 미래를 결정할 큰 결단은 미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