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결과”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대가를 바라고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과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대가 관계가 없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일 뿐 뇌물죄가 성립할지는 재판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 구속 결정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변호인단과 협의해 특검 대면조사와 헌법재판소 재판 준비에 차분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당시 뇌물죄를 탄핵의 중대한 사유 중 하나로 꼽았기 때문에 박 대통령 측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측은 다음주 중에라도 특검의 대면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일 특검의 대면조사를 받기로 했다가 일정이 사전 공개됐다는 이유로 거부한 뒤 특검과 다시 조사 일정을 협의해왔다. 특검은 이번에는 사전 비공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검의 대면조사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대신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최종 변론기일을 24일로 결정한 뒤 대통령의 헌재 출석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출석한다 해도 재판부, 소추위원단의 직접 신문 여부를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