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탄생한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시민들은 일자리 창출,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 육아 시설 확충 등 민생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국정 역사교과서 사태 등의 상처를 치유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념과 세대를 넘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취준생 정보 플랫폼 구축을
“취업준비생은 자신이 잘할 수 있거나 좋아하는 일을 만족스러운 근로여건에서 할 수 있는 직장을 찾게 된다. 하지만 막상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첫 직장 이직률이 높은 것은 취업준비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도 다시 직원을 뽑아야 하니 그만큼 비용이 든다. 새 대통령은 취업준비생들과 회사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줬으면 좋겠다. 취업준비생들이 회사의 직무와 근로여건을 경험해 볼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일자리 만들고, 갈등해소를
“퇴직하고 나니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내가 이러니 20~30대 젊은층과 40~50대 실업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새 대통령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며 국민들이 촛불과 태극기, 진보와 보수, 젊은층과 노년층으로 나뉘어 분열과 반목을 거듭해 속상했다.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을 펴길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사드 배치 철회시켜 주길
“ ‘사드 참외’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사드 배치 때문에 경북 성주의 이미지 타격이 심각하다. 새 대통령이 외교를 잘해서 사드 배치를 꼭 철회시키길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세대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학벌로 인정받는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 도시에서 살다 농촌에 터전을 잡은 지 15년째인데 만족하고 있다. 열다섯 살 내 딸이 만나는 세상은 공부가 아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다양한 행복 실천법을 제시할 수 있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노동3권부터 제대로 보장
“새 대통령이 들어선 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 이르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내년엔 7500원은 돼야 하지 않을까.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영세·중소사업장 문제의 해결책도 내놓아야 한다. 또 비정규직에 대한 각종 보호 법안들을 제·개정하는 것보다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법들은 많았지만 지켜지지 않거나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게 문제였다.”
■청소년 정치 참여 확대를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의 권익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대선 공약이 없어 불만스러웠다. 새 대통령은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했으면 한다. 현재도 ‘청소년특별회의’ 같은 참여기구가 있지만 참여 가능한 인원이 적어 대부분 유명무실하다.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문제도 고민해주길 바란다. 학생인권조례보다 강제성을 띤 학생인권법을 제정해 전국 모든 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차별·체벌이 금지됐으면 한다.또한 탈가정·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안전한 쉼터도 필요하다.”
■전문 보육시설 확충했으면
“애를 낳고 키우기 전까지 보육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맞벌이도 쉽지 않다. 국가 공인 자격증이 있는데도 1~2년 육아 후 재취업이 막막하다.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 주변에 있는지도 걱정된다. 새 대통령은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전문적이면서도 믿을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충해줬으면 한다. 전업주부의 노동력을 가치있게 평가해줘 엄마가 굳이 나가서 돈 벌지 않고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국가적 지원이 있다면 더 좋겠다. 우리 아이가 공정한 기회와 대우를 받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역사 국정교과서 바로 폐기
“지난 4년은 철 지난 색깔논쟁으로 국민을 편가르고, 권력자의 가족사를 온 국민에게 강요하는, 끔찍한 시간이었다. 새 대통령은 ‘박근혜의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로 평가받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바로 폐기하길 바란다. 국정화를 위해 만든 2015 역사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기준을 고치고, 진행 중인 검정교과서 개발도 미루어야 하겠다. 역사교육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이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배우고,연대하는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학교를 변화시키길 바란다.”
■민간 예술에 더 많은 관심을
“지난 10년 동안 문화계는 당장의 수치적인 성과를 내보여야 하는 스트레스에 계속해서 시달려왔다. 예술인은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자본의 논리로만 문화를 보게 되면 긴 호흡을 놓치고 자원이 금방 바닥날 수밖에 없는데도 그래 왔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를 키우고 평가하는 기준이 좀 더 문화적이었으면 한다. 특히 예술은 기존의 메인스트림을 향해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는 행위다. 새 대통령은 국공립 예술단체 위주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예술이 살아나도록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지원해주기 바란다.”
■문화 예술 현장과 소통할 수 있기를
“매년 4월30일은 유네스코에서 정한 ‘세계 재즈의 날’이다. 올해는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서 메인 공연이 있었고, 작년에는 백악관에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사회를 보면서 최고의 뮤지션들이 함께한 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오바마의 진행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재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돋보여 공연이 빛을 발했다. 평소에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어떤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의 새로운 대통령도 그랬으면 좋겠다.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하면서 현장의 예술인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 말이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공감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소통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