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5·9 대선이 낙선으로 끝났다. 5년 전 대선 레이스 도중 자진사퇴한 아쉬움을 딛고 이번엔 원내 제3당을 이끌고 야심차게 재도전했지만 끝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졌다. 확실한 이념적 기반이 없는 제3후보의 한계도 노출했다.
안 후보는 9일 오후 10시40분쯤 당 개표상황실이 마련된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 찾아와 무거운 표정으로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엔 많이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양당 정치에 균열을 내고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구심이 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지역·세대·이념에 갇히지 않고 고른 지지를 받은 점도 유의미하다.
대선후보 등록과 함께 의원직을 사퇴한 안 후보는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대비 상황을 둘러보러 외국에 나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내년 지방선거는 안 후보의 재기 가능성을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향후 민주당과의 통합·연대를 둘러싼 논쟁에 당이 휩싸일 수 있다. 안 후보가 차기 대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적극적 지지층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양당 기득권 반대를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이념적 정체성과 비전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