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민의 선택

연탄 배달로 생계 꾸린 어머니·동생 뒷바라지한 큰누나…구치소 생활 뒷바라지 여학생, 평생 ‘든든한 조력자’로

2017.05.10 01:52 입력 2017.05.10 02:36 수정

문재인의 가족

[2017 시민의 선택]연탄 배달로 생계 꾸린 어머니·동생 뒷바라지한 큰누나…구치소 생활 뒷바라지 여학생, 평생 ‘든든한 조력자’로

문재인 당선인은 실향민 2세대다.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실향민 DNA’를 가진 셈이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부친 문용형씨는 1950년 경남 거제로 피란 온 실향민이었다. 1953년생 문 당선인에게 전쟁의 기억은 없지만 평생 고향을 그리워했던 아버지 모습만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수재 소리를 들으며 명문인 함흥농고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됐다. 말수도 적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피란 이후 호구지책으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소질은 없었다. 장사 때문에 한 달씩 집을 떠났다가 돌아온 아버지 손에는 장남에게 줄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문 당선인이 명문 경남중학교에 시험을 쳐 들어갔을 때 가장 기뻐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문 당선인이 군대 제대 후 구속 전력 때문에 복학하지 못하고 고향에 머무르던 1978년 심장마비로 59세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별세한 후 문 당선인은 사법시험 준비를 결심하게 된다.

문 당선인은 지난 1월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가난을 원망하진 않았다. 아버지를 원망해본 적도 없다”며 “어린 눈에 그저 아버지가 딱하고 안타깝게만 보였다”고 회상했다.

7세 때 부산으로 이사한 무렵부턴 어머니 강한옥씨(90)가 연탄 배달을 하고, 좌판에서 구호물자를 팔며 생계를 꾸렸다. 어머니도 아버지처럼 세상을 요령 있고 억척스럽게 살아갈 만한 분은 아니었다고 한다.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초등학생이던 문 당선인이 성당에 가서 강냉이가루, 전지분유 등 구호품을 얻어왔다.

[2017 시민의 선택]연탄 배달로 생계 꾸린 어머니·동생 뒷바라지한 큰누나…구치소 생활 뒷바라지 여학생, 평생 ‘든든한 조력자’로

문 당선인은 어머니를 떠올릴 때 ‘암표 장사’ 일화를 자주 소개한다. “부산역에서 이문이 많이 남는다는 암표 장사를 한번 해볼까 하시는 거예요. 혼자 가시는 게 무서우셨는지 중학교 1학년밖에 안된 저를 데리고 나가셨다가 아무래도 이 일은 못하겠다며 그냥 돌아오셨죠.”

어렵고 힘든 시절, 누이들의 삶이 그랬듯 누나 문재월씨(68)도 가족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여상을 졸업하고 경리 직원으로 취직해 문 당선인의 대학생활을 뒷바라지했다.

문 당선인은 “누나는 졸업할 때 우등생에게 주는 시계도 부상으로 받아올 정도로 공부를 잘했는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절 도운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여동생은 재성(62)·재실(55)씨가 있다. 재실씨는 부산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다. 남동생 재익씨(56)는 원양어선 선장이다. 문 당선인이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시절, 재익씨가 회사의 배려로 지상 근무지로 발령 난 적이 있다.

문 당선인은 재익씨에게 전화를 해 “회사가 알아서 했다고 해도 그 회사에 도움 줄 일 없으니 다시 배를 타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퍼스트레이디’가 될 김정숙씨(63)는 문 당선인의 든든한 조력자다. 문 당선인이 경희대 학내시위 중 최루탄을 정면으로 맞아 쓰러졌을 때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던 음대 여학생이 바로 김씨다.

문 당선인은 “아내는 대학에서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한 경희대 법대 축제 때 파트너였다”며 “3학년 때 과 대표였던 친구가 (내가) 파트너가 없다고 하니까 자기 여동생 친구를 소개해줬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호남을 찾아 문 당선인의 ‘호남 특보’ 역할을 했다. 성악을 전공한 김씨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호남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을 하며 ‘호남홀대론’ 등으로 비판받는 문 당선인의 빈틈을 메웠다. 문 당선인은 “아내는 연애 8년 동안 구치소, 고시 준비, 군대 면회를 하며 뒷바라지했다”면서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와 결혼한 것은 축복”이라고 했다.

문 당선인과 김씨는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준용씨(35)는 건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준용씨의 2006년 말 한국고용정보원 입사는 이번 대선 내내 문 당선인을 괴롭혔다. 200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특혜 채용 의혹이 2012년 18대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 때까지 계속된 것이다. 특히 당시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이 문 당선인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점도 의혹을 키웠다.

문 당선인은 지난달 초 기자들과 만나 “우리 부산 사람들은 이런 일을 보면 딱 한마디로 말한다. ‘마, 고마해’ ”라며 “2007년부터 10년 넘도록 뻔히 밝혀진 사실을, 뭔 계기만 되면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되풀이할 건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 후보 측의 문제제기는 선거 전날까지 이어졌다.

딸 다혜씨(33)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다. 다혜씨는 2012년 대선 때 문 당선인의 출마선언식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가족이 없는데, (우리만 가족이 올라가면) 비겁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버이날인 지난 8일 마지막 광화문 유세 때에는 직접 참여해 문 당선인 얼굴에 ‘아빠 미소’를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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