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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너머 의혹’ W재단의 ‘그린페이’ 사업

2018.11.17 15:03

청와대는 왜 W재단 그린페이 사업을 조사했나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W재단이 주최한 대국민온실가스감축운동 위원회 발대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정용인 기자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W재단이 주최한 대국민온실가스감축운동 위원회 발대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정용인 기자

이것은 앞으로 이어질 긴 이야기의 시작이다.

4월 26일, 기자는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를 취재했다. ‘대국민온실감축운동위원회’ 발대식이라는 행사다.

주최는 임종성 의원실과 ‘재단법인 W-재단’이었다. 이날 행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행사에는 W재단이 홍보대사로 위촉한 유명 아이돌 그룹 A 멤버들이 참여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행사지만, 연예매체에서부터 팬클럽까지 식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가득 찼다.

뿐만 아니다. 원내대표, 국회 환경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에서부터 10여명이 넘는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행사에 얼굴을 비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초 축사하기로 돼 있던 환경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 취재에 앞서 기자는 W재단에 대해 아는지 ‘기후변화’ 환경시민단체들에게 문의했다. 돌아오는 대부분의 답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생소한 이름”이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W재단 활동? 들어본 적 없다”

“그럴 거예요. 무엇 무엇을 하겠다고 거창하게 내걸었지만 제대로 사업한 적이 없으니 ‘듣보잡’일 수밖에요.”

당시 <주간경향>을 만난 내부제보자의 반응이다. 그 후 기자는 틈틈이 이 단체와 관련된 취재를 해왔다.

이날 행사에서 이들이 밝힌 계획의 핵심은 후시(Hooxi)라는 이름을 붙인 앱의 출시다.

대국민의 ‘대’가 국민을 향한 대(對)라는 것인지, 아니면 큰 사업을 하겠다는 대(大)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앱을 설치한 참가자가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면 ‘W그린페이’라고 하는 블록체인 토큰을 지급할 것이며, 이후 만들어질 ‘W익스체인지’라는 플랫폼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아 한국거래소 등을 통한 현금화도 가능하다는 것이 계획의 요체였다.

“그 방식으로는 배출권이 발급되지 않습니다. 배출권이 발급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은 365일 모니터링이 돼야 하고, 기업의 경우 시설투자를 통해 시설 개선이 일어나고 실질적으로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야 해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탄다는 등의 ‘행태 개선’으로 배출권 지급은 불가능합니다.”

환경부 기후경제과 관계자의 말이다.

여러 차례 <주간경향>과의 접촉에서 이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실 이번에 논란이 되기 이전에 그 재단과 접촉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7월쯤으로 기억합니다. 배출권 관련 언론기사 모니터링을 하는데, 자꾸 W재단이라는 데가 보도되는 겁니다. 뭐 온실가스 감축 배출권과 관련해 민간영역에서 뭔가 하겠다는 것은 이름 붙이기 나름이긴 한데 조금 이상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고문이라고 여러 사람들을 올려놓고 또 파트너로 환경부, 산업부, 외교부와 같은 정부기관이 전부 올라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대표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환경부와 예전부터 물관리 사업을 해와서 올렸다는 것인데, 우리 쪽에서 강하게 항의하니 바로 내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번에 이 문제가 불거져서….”

이 문제란 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W그린페이 백서’에 이 사업이 환경부 협력사업이라고 표기한 것과 관련한 것이다.

환경부와 어떤 협력관계도 없는데 마치 관계당국의 공식 인정 아래 진행되는 사업인 것처럼 표기해 놨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은 이 단체의 백서를 입수해 검토해봤다. 환경부의 지적 후 ‘명예고문’ 명단과 ‘환경부와 협력’과 같은 문구는 삭제되었다.

그러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 올해 10월 초에 출시 예정이라고 했던 ‘후시앱’은 아직도 출시되지 않았다. 백서에 공개돼 있는 W그린페이 로드맵에 따르면 4월 W그린페이가 인증된 후, 5월부터 9월까지 비공개 판매를 한 뒤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공개판매, 10월 4일 앱 출시 등의 일정이 적혀 있지만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환경부 강력 항의에 수정된 W재단 백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 앱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전통적인 비영리 어드보커시 활동에 익숙한 기존 환경단체로서는 생소한 영역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재단의 활동이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다.

공익재단법인은 재단의 활동과 상황에 대해 국세청 홈텍스에 의무공시를 하게 되어 있다.

국세청에 등록되어 있는 가장 최근의 자료는 2017년이다. 자료에는 ‘W그린페이’의 출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주간경향>이 받은 제보는 비영리법인과 별도로 W그린페이의 발행과 유통을 다룰 별도의 영리법인을 개설하면서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박근혜 정부 당시 정·관계의 막후 실력자’ ㄱ씨가 개입되어 있으며, 이욱 대표는 사실상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혹이다.

<주간경향>이 검토한 결산서류에 ㄱ씨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W재단의 활동을 담은 SNS 사진을 보면 ㄱ씨가 최근까지 이 단체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26일 행사에 ㄱ씨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현장에는 ㄱ씨의 아들이 나와 있었다.

공익법인상 W재단의 설립주체는 ‘개인과 가족’으로 되어 있다. 운영 역시 가족재단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욱 대표와 함께 CEO로 표기되고 있는 이유리씨는 이 대표의 친누나다.

역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혁씨는 이욱씨의 쌍둥이 동생이다. 은행원 출신인 이씨 남매의 어머니는 이 단체의 회계를 재능기부 형태로 도와주고 있다고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밝혔다. 공익재단이지만 단체의 활동은 영리법인과 연계 아래 이뤄진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재단 측에 따르면 누나 이씨는 영리법인(WGI코리아) 쪽 대표를 맡고 있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걸쳐 있는 이 영리법인의 활동에 대해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백서에 언급된 재단의 ‘구조’에 따르면 재단은 Hooxi 글로벌, W-HY 연구소, WGI Korea, W글로벌인베스트먼트, Hooxi 연구소 등의 파트너사와 함께 W그린페이 사업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11월 13일과 14일 통화에서 이욱 대표는 “후시 글로벌의 경우 재단이 앱 운영을 위탁하려고 했던 회사이나 현재는 다시 새로운 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후시 연구소 등은 앞으로 만들 예정이다.

공익법인 결산서류에는 언급되지 않은 가족들의 재단 활동 참여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유리 대표는 무보수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고 있고, 어머니의 경우 월급 40만원의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며 “동생은 올해부터 월 9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부족한 생활비는 영어 과외를 해 채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글로벌 활동을 표방하고 있는 이 가족 운영 재단이 짧은 기간에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26일 행사 이전인 지난해 12월에도 국회에서 아이돌그룹 A가 참가한 행사를 열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재단의 홈페이지나 SNS 상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실제 재단의 각종 위원회에는 재벌가를 비롯한 유력인사들, 연예기획사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이들 위원 상당수는 “젊은 친구가 글로벌 환경운동을 하겠다는 뜻이 대견해서 참여했었다”고 말한다.

“솔직히 그린페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임종성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하는 말로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흘렸는데 정말 그것이 추진되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4월 행사에 여권 핵심 인사들이 여럿 참석한 것과 관련, 이 인사는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생각했고 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취지도 좋다고 생각해 관련 장관 축사도 부탁했었다”고 덧붙였다.

재단과 연결된 경위와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의원님이 동문회(한양대)에서 이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취지가 좋아 도왔던 것”이라며 “솔직히 W재단에 어떤 사람이 참여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재단의 활동 및 ‘정체’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갖고 조사를 했다는 것이 포착된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측 핵심 인사, 환경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하순 소위 W그린페이 추진 백서에서 환경부 협력표기 논란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환경부 측에 청와대 민정라인과 환경비서관실에서 연락이 와서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비슷한 시점에 대표적인 민간 환경NGO들에도 W재단의 실체에 대한 문의가 청와대 측에서 들어왔다.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재단에 대한 청와대 조사내용은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김의겸 대변인이 발표한 ‘청와대 사칭 사기주의보’에 언급된 사례 중 하나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왜 W재단 관련 조사했나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발대식에 참석한 이욱 W재단 대표./정용인 기자

지난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발대식에 참석한 이욱 W재단 대표./정용인 기자

‘W그린페이’ 백서에 언급된 출시 로드맵 및 재단 파트너사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주간경향> 지적과 관련, 이욱 대표는 “아직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풀어나가야 할 내용도 많고 실제 목표하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드맵에서 밝히는 대로 추진되더라도 개인이 수집한 탄소배출권의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대표는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인 노력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앱을 출시하고 1년 이상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법론’을 도출하기 위해 개선작업을 해나가겠다”며 “실제 유니세프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스토브를 보급하는 방식으로 배출권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협약(UNFCCC)’을 통해 인정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와 관련한 ㄱ씨 활동에 대해서는 “공익법인에서는 재단을 홍보하고 알리는 데 도움을 주려면 홍보대사나 명예직을 다양하게 줄 수 있다”며 “그분과의 관계는 지난 1월까지만 이어졌고 그 뒤로는 같이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근 행사에서 해당 인사가 단체의 주요 직책을 가진 인사로 소개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해당 인사가 마침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서 임시로 도움을 준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임 의원과 관계에 대해서는 “동문회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포함해, W그린페이 출시와 이후 계획은 12월 초 행사를 열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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