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21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설치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추진하고 재단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으로부터 재단기금으로 받은 10억엔 중 남은 5억7000만엔의 처리에 대해서는 위안부 피해자 등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는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뜻을 거스른 졸속 외교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무시했으니 재단이 생명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또 재단 해체에는 1990년대 일본 민간 모금 형식으로 추진된 아시아여성기금에 이어 돈을 통한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해결 시도가 좌절됐다는 의미도 있다. 당사자 의사를 배제한 채 금전을 이용한 위안부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두번의 실패로 확인된 것이다.
화해·치유재단 설립은 일본 총리의 사과와 더불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의 핵심조항이었다. 이제 재단 해체로 한·일 간 합의는 유명무실해졌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파기 또는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한 만큼 새로운 해법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일본도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주장을 접어야 한다. 보편적 인권과 정의에 해당하는 사안은 정부 간 합의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당면 과제는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어떻게 처리할지다. 외교 당국은 10억엔의 즉각 반환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일본 측과 10억엔 처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생존 피해자와 사망 피해자의 위로 금액이 다른 것과 위로금을 받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재단 해산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던 위안부 문제 해결의 물길을 바로잡은 것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고 밝히는 등 재단 해산을 강력 비난했다. 일본은 그렇잖아도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해 반발해온 터이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진심어린 사죄 거부에서 위안부 문제 합의 파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국가 간 약속이 파기됐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잘못된 국가 행위를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번 해산이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