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본회의 통과…안전조치 미비로 하청 노동자 사망 땐 기업에 최대 10억 벌금

2018.12.27 21:04 입력 2018.12.27 22:21 수정

도급인 형사처벌도 ‘3년 이하 3000만원 이하’로 종전보다 강화

고 김용균씨 어머니 “아들은 누리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 살려”

<b>‘법안 처리’ 합의한 여야</b>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7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 등 본회의 의사일정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법안 처리’ 합의한 여야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7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 등 본회의 의사일정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진 28년 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이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기존 산안법에 비해 원청 사업주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이 대폭 강화되기는 했지만 재계와 야당의 반발에 가로막혀 원안보다는 후퇴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용균법의 골자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의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도록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확대하고,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로 사망했을 때 사업주와 법인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먼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금 등 유해·위험작업의 사내하도급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납·카드뮴 등 유해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만, 김용균씨나 ‘구의역 김군’이 맡았던 것처럼 사망 사고가 여러 번 발생했던 업무에 대해서도 사내하도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청이 안전·보건 책임을 져야 하는 장소는 기존 ‘22개 위험장소’에서 ‘도급인의 사업장 및 도급인이 지정·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확대됐다. 다만 ‘도급인이 지정·제공하는 장소’는 모두 원청이 책임지게 하자는 정부안에서는 후퇴했다.

산재 사고에 부과하는 형량도 정부안보다 대체로 줄었다. 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원·하청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상한선도 정부가 제시한 10년이 아닌 현행 7년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해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범했을 경우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사망 사고 발생 시 안전책임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함께 부과하는 벌금의 상한선은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의 처벌 수위는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려 했던 당초 정부안에 비해서는 후퇴했다.

그 밖에 법의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넓혀 배달원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소속사도 산재예방 안전조치를 하도록 하고,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은 정부안 그대로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날 국회에서 논의 진행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여야가 산안법 전면개정안 처리에 합의하자 “너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고, 엄마가 가서 얘기해줄게”라며 울먹였다. 김씨는 “우리 아들딸들이 이제 편하게 자기주장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비록 아들은 (이 법에 따른 변화를)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아들한테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 수 있는 면목이 생겨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온 국민이 함께해주셔서 제가 이렇게 힘을 내서 여기까지 왔다”며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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