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공원 앞 “순종 동상 철거” 목소리

2019.08.06 21:02 입력 2019.08.06 21:51 수정

“일제에 굴복한 치욕의 역사 기린 조형물, 대구 시민정신과 배치”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 설치된 순종 동상.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 설치된 순종 동상.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치욕의 역사를 기리는 조형물은 하루빨리 철거해야죠.”

5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 오홍석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장(59)은 공원 진입로에 들어선 순종 동상을 가리키며 “부끄러운 과거를 미화시킨 조형물은 걷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상 앞을 지나가던 김철규씨(52·회사원)도 “지자체가 엉뚱한 스토리텔링을 내세워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면서 “여론이 악화되기 전에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는 도시활력증진사업의 하나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70억원(국비 35억원, 시·구비 35억원)을 들여 순종(재위 1907~1910년)이 다녀간 수창동~인교동 2.1㎞ 주변에 순종 어가길을 조성했다. 중구는 순종이 1909년 1월7일부터 13일까지 대구, 부산, 마산 등의 민심을 살피는 남순행(南巡行)차 1월7일 대구에 들른 코스를 역사교육장으로 꾸몄다고 자랑했다.

국채보상운동 고조되던 시기
이토 히로부미, 순종과 동행
시민들에 ‘일제 순응’ 메시지

어가길 일대에 순종 동상을 비롯해 벽화, 쌈지공원 등을 조성하고 가로도 정비했다. 하지만 어가길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어가길 상징 조형물로 설치한 5.5m 높이의 순종 동상 철거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역사적 의미도 파악하지 않고 순종이 다녀간 사실만 부각해 기념동상을 세운 것으로 “이는 부끄러운 역사를 미화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 지부장은 “당시 행차는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대구 시민에게 일제에 순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순종을 강제동원한 것”이라면서 그 증거로 순행에 이토 히로부미가 동행한 사실을 들었다. 대구지부는 “당시는 1907년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번진 국채보상운동이 고조되던 때였다”면서 “이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발원지인 대구 시민정신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중구, 행차 코스 ‘어가길’ 조성
민족문제연 “친일역사 청산”

대구지부는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대구시와 중구에 동상 철거 등 친일역사 청산을 다시 건의할 예정이다. 중구는 “순종 동상은 비극적인 역사 현장에서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철거론에 선을 그어왔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등과 맞물린 반대여론이 확산되면서 입장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순실 중구 도시재생과장은 “국비를 지원한 국토교통부에 철거 여부 등에 대해 질의를 해놓은 상태”라면서 “국토부가 동의하더라도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철거 여부를 확정짓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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