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이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규제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상의는 23일 ‘대규모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대규모점포 규제가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점포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및 복합쇼핑몰 등을 말한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대규모점포 규제로 대형마트·SSM(슈퍼 슈퍼마켓)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을 막는 ‘등록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특정시간 영업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영업제한’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이 지난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대형마트 점포 수도 이마트 등 주요 3사를 기준으로 감소세를 돌아섰다. 반면 전통시장 매출액은 대규모 점포 규제가 정착된 2014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고 점포 수 감소세도 멈췄다.
또 최근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대규모점포가 전통시장을 위협한다는 시각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쇼핑 확대, 1인 가구 증가 등 유통업계에서 대형마트의 비중이 줄어들고 온라인쇼핑과 슈퍼마켓이 활성화하면서 ‘온라인-오프라인’ 대결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상의가 최근 유통 업태별 약 6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의 43.0%가 온라인 쇼핑이라고 밝혀 대형마트를 꼽은 응답 비율(17.5%)을 훨씬 웃돌았다.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업태가 대형파트나 SSM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업태별 경쟁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의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전통시장 보호를 유통산업의 범주에서 다루지 않고 관광, 지역개발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대규모점포 규제는 과거 대형마트 등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사실상 규제 철폐 혹은 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더이상 경쟁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부 전통시장에서 성과를 보이는 ‘상생스토어’와 같은 협력을 통해 ‘윈-윈’ 사례를 확대하는 한편 전통시장도 보호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업태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은 대기업 ‘횡포’가 재현될 빌미를 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대한상의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여전히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대형마트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 철폐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도 “지금은 대형마트와 식자재 마트 등을 대상으로 규제를 더 확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