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계장 점거 활동가들 공판
검찰은 벌금 300만원 구형
변호인 “생명 존중에 근거
세계적 공감대에 기초”
개 식용 금지·채식 촉구 등
전국 곳곳서 집회 잇따라
“판사님, 피고인들의 동기가 오직 생명에 대한 존중과 윤리적 양심에 기반하는 점, 공장식 축산 문제는 현대 사회의 주요한 윤리적 의제라는 점을 참작해 관대한 판결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보양을 목적으로 한 육류 소비가 많은 초복인 16일, 수원지법 형사2단독 우인선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동물권 단체 ‘DxE 코리아’ 측 변호인이 말했다.
도계장(닭을 도살·처리하는 시설) 입구를 점거해 도계장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DxE 코리아 활동가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었다.
DxE 코리아 활동가들은 지난해 10월4일 경기 용인시의 한 도계장에서 ‘록다운’(lockdown·도살장 등을 점거하는 동물권 운동)을 벌였다. 약 200㎏ 시멘트로 가득 찬 여행 가방 안에 활동가들이 손을 넣고 결박했다. 도계장 입구를 가로막고 누웠다. 활동가들이 누워 있는 곳으로 죽은 병아리들이 내던져졌다.
이들은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활동가 4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이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비폭력 저항운동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으로서 ‘위력’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 측 업무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변호인은 “이 행위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 정당한 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했다. 변호인은 행위의 동기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윤리적 양심에 기반하고, 세계적 공감대에 기초한다는 점에도 근거를 뒀다.
또 다른 활동가 측 변호인은 이들의 행위에 불가피하게 업무방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피고인들이 집회·시위로 의사 표출을 하는 행위 대상은 정부 등 권력기관이 아니라 육류를 공급·소비하는 일반 국민들이다. 업무방해라는 행위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며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는 효과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활동가 김향기씨(활동명)는 최후변론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존재가 사회에 드러날 때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법이 고쳐진다. 여성과 흑인의 비폭력 행동이 법적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이어져왔기에 변화가 가능했다. 이 사회에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닭과 소, 돼지 등과 같이 삶을 느끼는 동물로서 법정에서 진실을 증언할 것”이라고 했다. 선고기일은 다음달 20일로 잡혔다.
초복인 이날 육류 소비에 반대하고 동물권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각지에서 일었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누렁이 대학살 항의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열고 서울시내를 돌며 ‘개 식용 금지’를 촉구했다. ‘비건 세상을 위한 시민모임’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복을 맞아 잘못된 육류 보신 문화를 없애고 대안으로 건강한 비건 채식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