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통제로 논란
“제한 맞지만 침해 아니야”
“지나치게 포괄적인 조치”
시민들 불만 나올 수 있어
과학적 근거 바탕 설명해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시민들 일상에 제약이 늘었다. 카페와 식당은 물론, 밀집지역으로 분류된 공원들도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일부에선 합리적 방역 조치, 일부에선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방역을 이유로 집 앞 공원을 마음대로 못 간다면 기본권 침해일까.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기본권 침해하는 이 더러운 나라”라는 글이 게시됐다. 글을 올린 A씨는 한강시민공원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인들과 모인 사진과 ‘#인권탄압’ 해시태그를 달았다. 게시물은 5000회 이상 공유됐다. 대부분은 A씨를 비판했다. 그는 “집 앞 공원도 내 마음대로 못 가는 게 제대로 된 나라냐”고 남기고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A씨의 글이 게시된 시점은 공원 산책이 ‘금지’돼 있던 때는 아니다. 서울시는 글 게시 후 이틀 뒤인 8일 오후 2시부터 여의도·뚝섬·반포한강공원 주요 밀집구역에 대해 출입을 통제했다.
서울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조치라고 본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공원이 코로나19 시기 시민들의 유일한 휴식처나 다름없어 밀집지역만 통제했다”면서 “물난리가 났을 때도 시민 안전을 위해 일부 구역을 폐쇄했는데 그와 유사한 상황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접수한 민원의 대다수는 ‘한강공원 출입을 통제해 달라’ ‘마스크 착용을 더 적극 점검해달라’는 내용이라고 한강사업본부 측은 전했다. 13일 거리 두기 2단계 완화 이후에도 한강시민공원 일부지역 통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2.5단계에 따른 간접효과로서 주말 밤 9시 이후 한강에 사람이 몰려 고민 끝에 출입을 일부 제한했다”며 “2단계 이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채완 변호사는 “한강공원 출입제한이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기본권 제한과 침해는 다르다. 합리적 이유가 있고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과도하지 않은 기본권 제한은 침해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강공원 출입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과학적으로 검토하는 등, 권리를 제한당하는 시민들에게 규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감염병예방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한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감염병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조치의 내용만 규정해 정부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며 “강제조치 시행에 앞서 감염병 전문가와 당사자는 물론 시민 관점에서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확진자 동선공개 방식이나 집회에 대한 금지 지침 등도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10인 이상 집회, 중구 등 일부 자치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11일 “대규모 집회는 구호, 노래 등 침방울이 발생하기 쉽고 참석자 간 밀접하게 접촉하여 전파될 위험이 높다”면서 집회 개최와 참석 자제를 요청했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지난 광복절 집회 때문에 집회·시위 전체가 방역의 위협으로 인식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방역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집회를 기준으로 모든 집회를 금지시키면 꼭 집회가 필요한 이들의 기본권까지 박탈된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집회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