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과 예술·탐미를 넘나들다…'논쟁적 작가’ 메이플소프

2021.02.22 10:33 입력 2021.02.22 23:01 수정

·국내 첫 사진전, 국제갤러리서 90여점 선보여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극한의 미학’ 세계
·섹슈얼리티·정물·초상 등 이미지 너머 상상력 자극

외설과 예술을 둘러싼 논쟁 등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적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대규모 사진전이 국내 처음으로 국제갤러리 서울·부산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메이플소프의 ‘Two Tulips’(1984, Silver gelatin, 50.8×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외설과 예술을 둘러싼 논쟁 등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적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대규모 사진전이 국내 처음으로 국제갤러리 서울·부산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메이플소프의 ‘Two Tulips’(1984, Silver gelatin, 50.8×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작품은 논쟁 대상으로 유명하다. 그가 활동하던 1970~80년대 미국 뉴욕에서 그랬고, 지금도 논란이 벌어지는 곳들도 있다. 성적 금기와 인종·성소수자 차별 논란이 있는 사회들이다. ‘19금’ 여부를 고민하고, 예술성과 외설성의 주장도 부딪친다.

다양한 주제·소재의 작품 2000여점 중 섹슈얼리티를 담은 사진이 특히 그렇다. 그는 당시 금기시된 흑인 남성누드는 물론 성기를 드러내거나 동성애, 사도마조히즘, 게이 하위문화 등을 적나라하게 작품화했다. 동성애자이자 사회적 금기·규범에 도전하는 문제적 작가가 아니고서는 힘든 작업이다.

메이플소프의 ‘Ken Moody and Robert Sherman’(1984, Silver gelatin, 40.64×50.8㎝).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의 ‘Ken Moody and Robert Sherman’(1984, Silver gelatin, 40.64×50.8㎝).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서다보니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전시를 둘러싼 찬반 다툼과 법적 소송, 검열 논란 속에 천박한 포르노의 튀려는 사진가라는 혹평과 천재적 예술가라는 찬사다. 악평도 있지만 근래는 사회문화적 담론을 이끌어낸 ‘퀴어 미학’ 선구자라는게 전문가들 평가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룬 책,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여러 예술가들이 오마주할 만큼 주목도 받는다.

실제로 사진미학적 측면에서 그의 작품은 당대의 상상을 뛰어넘는 ‘극한의 미학’으로 여겨진다. 극히 치밀하고 정교하게 계산된 빛과 구도, 섬세한 표현의 조화 등으로 독특한 조형적 성취를 이뤘다는 것이다.

메이플소프의 ‘Watermelon with Knife’(1985, Silver gelatin, 50.8×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의 ‘Watermelon with Knife’(1985, Silver gelatin, 50.8×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서울·부산관에 마련됐다. ‘More Life’(더 나은 삶)란 이름으로, 국내 첫 대규모 작품전이다. 서울관에는 1970년대 중반~1980년대 핫셀블라드로 작업한 흑백 중심의 90여 점이 내걸렸다. 미술계 안팎의 관심을 모은 전시답게 지난 18일 개막과 동시에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전시장 1층에는 그의 동지이자 국내 공연도 가진 ‘펑크록의 대모’ 패티 스미스를 비롯해 여성 보디빌더 리사 라이언·배우 리처드 기어·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인과 자신의 초상, 꽃을 비롯한 정물, 남성 누드 등이 나왔다. 오키드와 장미·튤립 등 그의 꽃은 꽃의 아름다움 너머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피사체의 의인화, 근접 촬영 등으로 남녀의 성기 같은 인체의 특정 부분을 은유하기도 한다. 탐미주의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메이플소프의 ‘Arm-Self Portrait’(1976, Silver gelatin, 50.8×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의 ‘Arm-Self Portrait’(1976, Silver gelatin, 50.8×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켄 무디와 로버트 셔먼’ ‘두 송이 튤립’(2층 전시장) 등 인종 문제같은 사회적 현실과 더불어 극적인 서사를 품은 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도, 강인함과 연약함·거침과 부드러움 같은 극단적 대비가 가능한 작품들도 있다. 초상 작품은 해당 인물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평가다. 미디어문화 연구자인 이용우 큐레이터(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성스러움과 세속, 일상과 마술적 환상 등 양가적 특성이 공존·융합하고, 영화적 서사도 있다”고 밝혔다.

메이플소프의 ‘Rose’(1987, Silver gelatin, 60.96×50.8㎝, 왼쪽)와 ‘Orchid’(1986, Dye transfer, 60.96×50.8㎝).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의 ‘Rose’(1987, Silver gelatin, 60.96×50.8㎝, 왼쪽)와 ‘Orchid’(1986, Dye transfer, 60.96×50.8㎝).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전시장 2층은 노출 수위가 높은 ‘X 포트폴리오’ 연작 등이 나왔다. 그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 놓았다”고 했지만 논란을 부른 작품들이다. 흑인 남성 누드, 남성 성기의 오브제화, 채찍을 항문에 꽂은 작가, 선명한 사도마조히즘 행위 등이다. 작품 ‘칼 꽂힌 수박’은 수박에 칼을 내리꽂았다. 겉과 속이 다른 수박처럼 사람들의 이중성을 깨고 금기된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려는 그의 예술세계를 상징하는 듯하다. 이들 작품에도 작가의 치밀한 사진 기법들이 녹아있다.

메이플소프의 ‘Lisa Lyon’(1981, Silver gelatin, 50.8×40.64㎝, 왼쪽)과 ‘Milton Moore’(1981, Silver gelatin, 50.8 ×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의 ‘Lisa Lyon’(1981, Silver gelatin, 50.8×40.64㎝, 왼쪽)과 ‘Milton Moore’(1981, Silver gelatin, 50.8 ×40.64㎝).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이용우 큐레이터는 “퀴어 미학을 구현한 작가들이 있지만 그처럼 학술적 담론까지 끌어낸 작가는 없다”며 “1970~80년대 사람들이 사진에서 느꼈던 불편하고 낯선 감성을 동시대 대중들은 어떻게 볼까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한의 미학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들인 만큼 미학적 측면에서의 관심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메이플소프의 ‘Self Portrait’(1988, Silver gelatin, 60.96×50.8㎝).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의 ‘Self Portrait’(1988, Silver gelatin, 60.96×50.8㎝). ⓒ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제공

메이플소프 작품전은 사진미학적으로, 시대적 금기나 그에 맞선 예술세계의 가치와 현재적 의미, 예술과 외설의 논란과 평가, 작품만큼 파란만장한 그의 삶 등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나아가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퀴어)를 비롯, 한국 사회의 금기와 차별 문제 등에 대한 태도도 떠올릴 수 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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