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 흑인 소녀에 총 쏜 한인 여성

2021.03.19 00:08 입력 2021.03.19 00:21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다양한 인종을 표현한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양한 인종을 표현한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두순자 사건부터 애틀랜타 총격까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총기를 난사해 한인 여성 4명 포함 8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21세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입니다. 아시아계 여성을 표적으로 한 증오범죄(혐오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말 때문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이 “아직 이른 단계이지만 롱은 인종적인 동기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성 중독(sex addiction)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서 증오범죄에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은) 코로나19 사태 기간 미국 전 지역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임이 명백하다”고 경찰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인회는 1992년 LA 폭동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한인·흑인 간 문제로 몰아간 전례로 볼 때 이번 사건이 왜곡되지 않도록 미국 미디어에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사건이 제대로 보도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30년 전 오늘(1991년 3월19일) 경향신문에는 <LA교포 흑인 소녀 권총 살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1991년 3월16일 LA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40대 한인 여성 두순자씨가 15세 흑인 소녀를 향해 호신용 권총을 쐈습니다. 흔히 ‘두순자 사건’이라고 불립니다.

흑인 소녀는 사망했고, 두씨는 몸싸움을 하며 입은 상처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LA카운티 형무소에 수감됐습니다. 이 사건을 놓고 이른바 ‘한흑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흑인민권단체인 유색인종 지위향상협의회는 사건이 발생한 슈퍼마켓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씨가 불필요한 총격을 가했다고 항의했습니다. 협의회 관계자들은 “한인 상인들은 흑인고객들을 존중하지 않으며 항상 흑인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두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두씨 측은 흑인 소녀가 주스를 훔치고도 돈을 내지 않았고, 먼저 공격해와 권총을 쐈다며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오래 전 ‘이날’] 3월19일 흑인 소녀에 총 쏜 한인 여성

한흑 갈등이 다시 화두가 된 것은 이듬해입니다. LA 인근에서 과속 운전을 한 흑인 로드니 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흑인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 백인 경찰들은 1992년 4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분노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LA 폭동’이라고 일컫는 그 시위입니다. 그런데 이때 미국 언론이 두순자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폭동의 초점이 ‘흑백 갈등’에서 ‘한흑 갈등’으로 옮겨갔습니다. 흑인들은 한인들을 공격했고, 이어 언론은 불타는 코리아타운을 대대적으로 조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경찰의 인종 차별 문제는 묻혔습니다.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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