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0일 30년 전엔 5년 연속 이상 난동...지난겨울은?

2021.03.20 00:00 입력 2021.03.20 00:04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한반도 주변의 양의 북극진동. 기상청 제공.

한반도 주변의 양의 북극진동. 기상청 제공.

한반도 주변 음의 북극진동 모식도. 기상청 제공.

한반도 주변 음의 북극진동 모식도. 기상청 제공.

■ 1991년 3월20일 ‘5년 연속 이상 난동’

30년 전인 1991년 3월20일 경향신문 사회면에는 ‘5년 연속 이상 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난동(暖冬)이란 ‘예년보다 따뜻하여 포근한 겨울’이라는 뜻의 한자어입니다. 당시 기사를 아래에 옮겨보겠습니다.

5년째 이상난동이 계속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0년 12월에서 올 2월까지의 평균기온이 영상 1.4도로 예년평균 0.7도보다 0.7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 88년 영상 2.8도, 89년 2.5도, 86년의 2.1도에 비해 낮은 기온이지만 지난 2월 하순의 기습한파를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따뜻한 날씨였다. 이는 온실효과 현상 등에서 기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1991년 3월 20일 경향신문 사회면에 실린 ‘5년 연속 이상 난동’ 제목의 기사.

1991년 3월 20일 경향신문 사회면에 실린 ‘5년 연속 이상 난동’ 제목의 기사.

이 짤막한 기사의 내용은 1990년 12월~1991년 2월 사이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했으며 5년 연속으로 따뜻한 겨울이 이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이런 기사가 보도될 때는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라는 말보다는 ‘지구온난화’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됐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따뜻했던 겨울의 원인을 온실효과로 설명하고 있네요.

그렇다면 30년이 지난 현재의 겨울 기온은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요.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12월~2021년 2월 사이 평균기온은 1.2도로 1981~2010년 사이 평년의 평균기온인 0.6도에 비해 0.6도가량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예년에 비해 따뜻했던 겨울이었던 것입니다. 다만 이는 직전해인 2019~2020년 겨울의 평균기온인 3.1도에 비해서는 1.9도가량 낮아진 수치이긴 합니다.

그런데 지난겨울의 특징은 사실 평년보다 다소 높았던 평균기온이 아닌 기온 변동폭이 매우 컸다는 점입니다. 기상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20년 겨울철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겨울의 기온 변동폭은 1973년 이후 두번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12월~2021년 2월 사이 평균기온 변동폭은 4.9도로 역대 2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는 1976년의 5.2도였습니다. 기상청이 지난겨울이 1973년 이후 두번째로 기온 변동폭이 큰 겨울이었다고 발표한 것은 1973년 국내의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됐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1973년 이후 연속적으로 관측자료가 존재하는 45개 지점 관측값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중에서도 지난 1월은 7~10일 사이 4일 연속으로 일 최저기온이 역대 가장 낮았던 반면 21~ 25일은 5일 연속으로 일 최고기온이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변동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월의 변동폭은 5.3도로 집계됐습니다. 2월의 변동폭은 4.5도로 역대 3위입니다.

지난겨울 한파 관련 모식도. 기상청 제공.

지난겨울 한파 관련 모식도. 기상청 제공.

이처럼 지난겨울 기온 변동폭이 컸던 원인으로 기상청은 찬 대륙고기압과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번갈아 받은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월 중순~1월 상순에는 북극 기온이 높아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진동이 음의 값을 나타냈고, 우랄산맥 부근에 따뜻한 공기덩어리(블로킹)가 정체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남하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었습니다. 북극진동이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 일,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북극 온난화로 북극진동이 음의 값을 나타내면 대기상층(약 12㎞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해 동아시아에 한파가 오는 등 기온 변동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블로킹(저지고기압)은 고위도에서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이동하고, 서진하는 경우도 많은 키가 큰 온난고기압을 말합니다.

지난겨울 고온 관련 모식도. 기상청 제공.

지난겨울 고온 관련 모식도.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또 지난겨울 고온의 원인으로는 1월 중순 이후, 우랄산맥 부근의 따뜻한 공기덩어리가 약화되고 상층 흐름이 남북에서 동서로 바뀜에 따라 찬 공기의 중심이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대기 하층에서는 찬 대륙고기압이 약화되고,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1월말과 2월말에는 남풍 기류의 유입과 강한 햇볕, 일시적 동풍에 의한 푄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전국에 고온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지난 겨울은 강한 한파와 기습 폭설, 강한 바람, 이상고온 등 계절 내 기후 변동이 급격하게 나타났던 계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온 변동폭이 큰 겨울은 앞으로 점점 더 빈번하게 찾아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앞서 언급했던 음의 북극진동이 겨울철에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지난 2월 3일 한국과총이 연 ‘지구 온난화 속 한파: 겨울 기상재해 바로 알기’ 주제의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평균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극단적인 기온 변동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일상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우리나라의 해수면 온도가 지구 전체에서 가장 많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 많은 수증기가 증발할 때 북극 한파가 내려오면 어김없이 폭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올해처럼 국지적이고 갑작스러우며 잦은 폭설에 대한 국가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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