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1년 3월25일 고양이로 쥐 잡은 마을
고양이와 쥐는 천적 관계로 묘사되곤 합니다. 동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선 쥐들이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게 두려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고 제안하죠.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선 제리(쥐)가 톰(고양이)을 괴롭히면서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50년 전 경향신문에는 고양이로 쥐를 소탕한 외딴 섬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이 섬은 ‘평도’입니다. 전남 여수시 삼산면에 딸린 섬인데요. 여수항에서 남서쪽으로 83.7㎞ 떨어져있고 주변엔 초도, 손죽도, 소거문도 등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홈페이지에 나온 통계를 보면 이곳에는 현재 23세대 총 33명이 살고 있습니다.
1965년 평도에는 쥐가 골칫거리였습니다. 쥐가 발에 밟힐 정도로 들끓어 농산물과 해산물을 다 먹어치웠습니다. 당시 평도에는 45가구 310명이 살고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먹어야 할 식량을 쥐가 다 해치워버리니 일부 주민들은 굿을 벌이기도 했답니다.
보다못한 당시 어촌계장 송정우씨가 그해 3월 이장 정종관씨에게 “고양이를 길러 쥐를 없애자”고 말했습니다. 송씨는 마을 사람들이 해초를 따서 번 3만원으로 고양이 17마리를 사들였습니다. 처음엔 고양이를 각 가정에 나눠줘 쥐를 잡게 했습니다. 이내 고양이 대부분이 죽고 맙니다. 쥐를 잡으려고 쥐약을 뿌렸는데, 쥐약 먹은 쥐를 고양이들이 먹는 바람에 그런 사단이 난 것이죠. 일부 주민들은 “고양이도 별 효과가 없다”고 불평했습니다.
정 이장과 송씨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2만5000원을 마련해 고양이 13마리를 사들였습니다. 각 가정에 나눠주면서 보상책을 마련합니다. 고양이를 잘 기른 집엔 라디오 한 대씩을 상으로 주고, 고양이가 죽은 집에는 고양이 값을 물어내게 하겠다고 했죠. 주민들은 고양이를 기르는 데 정성을 들였습니다. 초등학생들도 학교를 마치면 고양이를 보살폈다고 합니다.
7년 간에 걸쳐 고양이 20마리는 450마리로 불어났습니다. 쥐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평도 주민들은 고양이를 ‘수출’하기에 이릅니다. 송씨는 1971년 2월 이웃 광도, 소거문도, 선죽도, 고흥군 등에 고양이 250마리를 보내 쥐잡기 운동을 전파했습니다. 주민들은 고양이를 팔아 벌어들인 25만원으로 공이 큰 정 이장 등 10명에게 라디오 한 대씩을 주고 선착장도 보수했다고 합니다.
쥐는 없앴지만 고양이 수가 늘어나면서 또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고양이들이 먹을 어패류가 부족했던 겁니다. 당시 평도 주민들은 보리나 고구마, 마늘을 심어 겨우 4개월 분량의 양식만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패류는 극소량만 비축하고 있었고요. 정 이장과 송씨가 다시 한 번 나섰습니다. 당시 행정관할이었던 여천군에 고양이 사료를 배정해달라 여러 차례 건의했습니다. 이준호 당시 여천군수는 평도의 고양이 일부를 사들여 군내에 ‘고양이 기르기 단지’를 만들었습니다. 예산 80만원으로 각 단지에 사료비도 대줬습니다. 사료 문제가 해결된 평도 주민들은 이후에도 고양이 150마리를 더 팔아 마을 보수 공사와 초등학교 교육 자료를 사는 데 보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