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산불빌런' 봉대산 불다람쥐를 아시나요

2021.03.26 00:00 입력 2021.03.26 00:04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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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26일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 16년 만에 잡고 보니…

10년 넘게 한 지역에서 산불 90여건을 지른 방화범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울산의 악명높은 연쇄방화범, 일명 ‘봉대산 불다람쥐’ 이야기입니다. 봉대산 불다람쥐는 1994년부터 울산 동구 일대의 야산을 돌며 연쇄적으로 산불을 내다가 2011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봉대산 불다람쥐의 검거 소식이 실렸습니다.

2011년 3월26일 경향신문

2011년 3월26일 경향신문

봉대산 불다람쥐는 울산 경찰의 오랜 골치거리였습니다. 1994년부터 울산 동구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산불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등산객들의 실수로 일어난 불인 줄 알았지만, 산불이 계속 이어지자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울산시와 울산 경찰 등은 봉대산 불다람쥐에게 3억원이라는 파격적인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용인 50대 부부 피습 사건의 5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현상금입니다.

‘현상금 3억의 사나이’ 봉대산 불다람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라이터를 이용했던 방화 수법도 두루마리 화장지를 꼬아 불을 지르거나, 너트에 성냥과 휴지를 묶어 멀리 던지는 등 다양해졌습니다. 방화범 감시 상황을 알기 위해 산림조사원들과 친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봉대산 불다람쥐는 2011년 3월12일 마골산 기슭에서 덜미를 잡힙니다. 인근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리는 수상한 모습이 CCTV에 찍혀버린 것이죠. 경찰은 인근 아파트단지의 CCTV를 이 잡듯 뒤져 봉대산 불다람쥐를 찾아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봉대산 불다람쥐는 1995년부터 93건의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으나 이후 재판 등을 거치며 1994년부터 총 96건의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울산 주민들이 느꼈을 불안은 얼마나 컸을까요.

2010년 12월12일 울산 동구 염포산에 난 산불을 공무원과 소방대원들이 진화하는 장면. 울산 동구 제공

2010년 12월12일 울산 동구 염포산에 난 산불을 공무원과 소방대원들이 진화하는 장면. 울산 동구 제공

봉대산 불다람쥐의 정체는 50대 중반의 대기업 중간 관리자였습니다. 1985년 울산의 한 대기업에 입사해 26년 동안 성실히 일했다는데요. 주변 동료들도 그가 악명 높은 봉대산 불다람쥐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큰 부족함 없이 살았을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봉대산 불다람쥐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문제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방화를 했고, 산불을 낸 뒤 산불 진압과정을 지켜보면서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도 방화로 풀다니…. 최근 한 스님이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했다”며 술을 먹고 전북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일이 있었죠. 암만 그늘진 심정에 불을 지르고 싶었어도, 그냥 마음 속에서나 지를 것이지 말입니다.

그나저나 3억원의 현상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결정적인 제보는 아파트 CCTV였지만 여기저기서 ‘내 제보가 결정적이었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울산시는 논의 끝에 개인과 시민단체 등 19명에게 포상금 2억원을 나눠 주기로 했습니다. 봉대산 불다람쥐는 2012년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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