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중고등생 5명 하숙방서 집단중독…연탄 잔혹사

2021.03.29 00:00 입력 2021.03.29 00:06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1년 3월29일 “공부 핑계로 몰려놀다 연탄가스에”... 연탄가스 잔혹사

1973년 10월 한 여성이 연탄을 갈면서 가스 냄새를 피하기 위해 코를 수건으로 막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3년 10월 한 여성이 연탄을 갈면서 가스 냄새를 피하기 위해 코를 수건으로 막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1년 3월29일자 경향신문에는 ‘남녀 중고생 5명이 하숙방에서 집단중독사(中毒死)’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밑엔 ‘공부핑계로 몰려놀다 연탄가스에’라는 부제가 달려 처참한 사고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남녀 중고교생 7명이 이들 일행 중 한명의 하숙방에 모여 밤을 지새게 된 일이었습니다. 나이대는 가장 어린 강모양(16세, 중3)부터 시작해 이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최모군(17세, 고2)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모양을 제외하곤 모인 7명 중 6명이 17세라 중3부터 고2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모였다지만 대체로 나이대는 한살 남짓 차이로 고만고만한 또래 친구들이 모인 것이죠.

[오래 전 '이날'] 남녀 중고등생 5명 하숙방서 집단중독…연탄 잔혹사

다섯명의 친구들은 “시험 공부를 하겠다”며 집을 나가서 최모군의 하숙방에 모여들었습니다. 하숙방은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소재한 이경태씨(53)의 집 문간방으로 1평반 남짓한 좁은 방이었다고 합니다. 기사는 김군은 밤 늦게 강모양 등 소녀 두명을 더 데리고 와 총 일곱명이 비좁은 최군의 하숙방에서 기타를 치며 놀았다고 전합니다. 그러다 밤이 늦자 이들은 그대로 비좁은 방에 모여 잠이 들었습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최군 일행은 앞문을 안으로 걸어 잠근 채 연통이 있는 뒤쪽 창문을 열고 잠이 들었는데, 뒷집 축대에 맞닿은 굴뚝에서 나온 연탄가스가 방 안으로 그대로 스며들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날 사고로 인해 하숙방 원 거주자인 최군 등 5명이 사망했고, 원모군 등 두명만이 목숨을 부지했다고 합니다.

현장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일요일에 최군의 같은 반 친구 홍두식군이 최군에게 빌려준 노트를 찾으러 왔다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홍군이 현장을 찾았을 때 방의 형광등은 그대로 켜진 채 두 소녀는 아랫목을 향해 머리를 맞대고 숨져있었고 나머지 남학생들은 잠옷바람으로 좁은 방에 어지럽게 누운 채 모두 입에서 거품을 흘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머리맡엔 담뱃갑과 기타 2개가 놓여있었습니다.

이에 주인 이씨와 함께 숨이 아직 붙어있던 박군 등 3명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최군은 병원에 옮겨진 뒤 사망해 사망자는 총 5명이 됐습니다.

당시 이 사건이 이목을 모은 이유 중 하나는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부유 가정의 자제들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들의 부모 직업은 은행지점장부터 교회 장로, 인쇄소 사장 등 다양했으나 대체로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기사는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봄철을 맞으면서 부형들의 자녀교육이 다시 생각케 됐다”고 첨언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당시 흔했던 연탄가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입니다. 실제 같은날(1971년 3월 29일자 신문) 같은 지면엔 이 사건 외에도 골방에서 자던 부부 중 남편이 연탄가스로 인해 숨진 사건, 문틈으로 스며든 연탄가스에 숨진 사건 등 하루에만 가스중독으로 사망한 이들이 1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밖에도 이씨 등 두 중년 남성이 다방에서 ‘희망담배’를 피우다 급성호흡장애로 병원에 실려간 사건도 작게 소개됐는데 전매청은 호흡장애의 이유가 담배가 아닌, 이씨 집의 연탄가스중독이 원인이었다고 해명했다고도 하네요.

이처럼 70~80년대 이전 심심찮게 지면에서 보이던 연탄가스중독 관련 사건 사고들은 90년대 이후 가정들에서 연탄 대신 보일러, 가스레인지 등을 쓰게 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하지만 가스보일러 역시도 가스 유출 사고에서 자유롭진 않죠. 불과 몇년 전인 2018년 12월, 수능을 마친 서울의 모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강릉의 한 펜션에서 놀다가 보일러 일산화탄소 유출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나머지가 중태에 빠졌다 회복하는 등 참변이 발생하기도 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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