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 영장 기각 후 재청구…검찰에 제동건 법원

2021.04.23 00:01 입력 2021.04.23 00:02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07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서부지검과 서울서부지법 청사 앞의 팻말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7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서부지검과 서울서부지법 청사 앞의 팻말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장 재청구하는 검찰에 제동 건 법원

피의자를 구속하게 해달라는 검찰의 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는데 검찰이 재청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례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26일 뒤 특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이번엔 법원에서 발부해 이 부회장이 구속됐습니다. 반면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때는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되자 재청구하지 않고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기준은 무엇일까요?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과거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건 적이 있었습니다.

20년 전 오늘(2001년 4월23일) 경향신문에는 <검찰은 영장 재청구, 법원선 첫 각하 결정…법-검 또 갈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이 간통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A씨에 대해 무고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하자 서울지법 남부지원의 박시환 판사가 “심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했습니다. 각하는 소송의 절차적 요건이 미비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심리를 끝내는 것입니다. 당시 기사에 의하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법원이 각하 결정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검찰이 항고를 통해 정식으로 불복하는 제도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재청구를 통해서 사실상 불복이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법원이 기각하면 검찰이 재청구하고, 법원이 또 기각하는 식으로 영장을 둘러싸고 종종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박 판사는 13매 분량의 결정문을 통해 각하 결정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 판사는 “최초 영장청구 당시 범죄사실 부분에 무고 혐의에 대한 언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1차 때 간통 혐의로만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무고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증거가 추가된 영장 재청구라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검찰은 공안사건 등 영장발부에 의미를 두는 사건에서 심한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로 다음날 별다른 추가 자료도 없이 형식적인 자료만을 보완한 채 영장 재청구를 서너번 반복했다”며 검찰의 형식적 영장재청구를 비판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에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심한 경우 고의 또는 부주의로 1차 구속영장 지각 관련 문서들을 빼버려 영장이 재청구됐다는 사실 자체가 은폐되기도 했다”며 “검찰이 이미 기각된 사안에 대해 새로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은 판사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며 법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했습니다.

[오래 전 ‘이날’] 4월23일 영장 기각 후 재청구…검찰에 제동건 법원

박 판사 결정에 검찰은 반발했습니다. ‘영장 재청구는 법원 결정에 대한 검찰의 정당한 불복 절차’라며 재청구에 법적 하자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자존심 세우기’식 영장 재청구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검찰은 세 번째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고, 같은 법원의 홍기종 판사가 “검찰 수사기록에 범죄사실을 입증할 만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면서 결국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홍 판사는 박 판사와 다른 견해를 밝혔습니다. 홍 판사는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결정에 대해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통해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며 “재청구 요건으로 반드시 새로운 소명자료가 추가되거나 구속사유와 관련된 사정변경이 생겨야 한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가급적 재청구를 억제해야 할 것이고 부득이 재청구가 필요한 경우 구속사유를 엄격히 심사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2010년에도 법원이 영장 청구를 각하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검찰이 여중생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받던 B씨에 대해 5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서울서부지법 수석부장이던 이병로 판사가 각하했습니다. 이 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없어 범죄의 중대성과 새로 추가된 방조 행위를 감안해도 지난 네 차례 결정과 판단을 달리하기 어렵다”고 각하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이미 네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도 거듭해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강제처분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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