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아, 90년대' 호황기…소비재 판매 급증

2021.04.30 00:00 입력 2021.05.03 14:47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1년 4월30일 86년 이후 매년 30% 상승선…내구성 소비재 판매 급증

버블 시대를 상징하는 80년대 일본 코카콜라 TV 광고 화면 갈무리

버블 시대를 상징하는 80년대 일본 코카콜라 TV 광고 화면 갈무리

1980년대 일본의 코카콜라 광고가 한동안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사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정작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이거나 태어났더라도 갓난아기일 무렵 TV에서 방영되던 음료수 광고에 왜 MZ세대는 열광했을까요? 그 광고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화사하게 웃는 회사원, 엄마 손을 붙잡고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 친구들과 활짝 웃는 교복입은 학생들-이 마치 행복이란 두글자를 영상으로 빚어놓은 듯한 장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창 개발에 속도를 올려가던 한국에도 호황기가 물론 있었습니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 중반에서 1997년 IMF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를 통상 ‘호황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MZ세대는 이 시절의 영상이나 광고들에도 열광합니다. 취업조차 힘들고 돈을 벌어도 집 한칸 마련하기 어려운 시기에 과거 부모님세대 젊은 시절의 풍요로운 시대 영상들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죠. 어찌보면 팍팍한 현실에 대비해 과거의 풍요로움에 대한 환상 때문에 복고 유행이 도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래 전 '이날'] 4월30일 '아, 90년대' 호황기…소비재 판매 급증

오늘 소개할 기사는 이러한 80년대~90년대 중반 경제 호황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경향신문 1991년 4월 30일자엔 ‘승용차 에어컨 피아노 등 내구성 소비재 판매 급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86년 이후 매년 (내구성 소비재 매출 증가가) 30% 상승선’을 그리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입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80년대 중반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한 승용차, 에어컨, 피아노 등 내구 소비재 수요와 외식비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경제기획원의 조사에 따르면 승용차 판매량은 1987년 31.6%, 88년 35.8%, 89년 44.1% 등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1990년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1986년의 3.5배로 늘어났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가정용 에어컨 판매량도 1987년엔 전년 대비 61.7%의 급증세를 보여서 1990년 한해 판매대수는 1986년의 2.9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피아노 판매량 역시 1988년 34.4%, 89년 33% 등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특히 이중에서도 외식비 지출은 내구소비재 구입 증가세를 웃돌아 1990년 한해 외식비 지출액은 1986년에 비해 무려 3.9배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소비가 증가했다고 나온 내구 소비재들 및 외식비용은 전형적인 ‘경제활성기’에 소비가 늘어나는 품목들입니다. 중산층의 소비력이 높아지면서 가정을 꾸리고, 승용차나 에어컨, 피아노 등 소위 ‘가정 사치품’에도 돈을 투자할 여력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매일 집에서 분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한달에 몇번쯤은 근사한 경양식집이나 중국집에서 외식도 하고요.

한편 이날 같은 면에 실린 기사엔 ‘고수익 저축 해약 급증’이란 기사도 실렸는데요. 은행, 증권, 투자신탁 회사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무리하게 저축유치경쟁을 하면서 이율이 높은 근로자 장기저축을 해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재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4월 들어 20일간 신규 가입은 1만7929구좌에 그친 반면, 해약은 2만4793구좌로 해약 구좌가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70~80년대에 비해선 시중 금리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금리도 10%대였던 시기라 현재 기준으로 생각하면 해약을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당시엔 고금리 저축이라고 해도 이보다 훨씬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많았기 때문에 각 은행들은 대출 영업에 진땀을 뺐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기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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