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 왜 자꾸 미루시나요, ‘어린이’ 위한 예산을

2021.05.05 00:00 입력 2021.05.05 00:13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1년 5월5일 ‘무관심에 눌린 아동사업’

최근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아동복지 제도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가의 인력 확충은 물론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산발한 아동복지 업무를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모두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들입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예방 예산 대부분이 ‘기금’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현재 법무부의 범죄자피해보호기금,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이 아동학대 예방 재원의 90%에 달합니다. 벌금이 많이 걷히고, 복권이 많이 팔려야만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죠.

1971년 5월5일 경향신문

1971년 5월5일 경향신문

50년 전에도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아동 관련 업무는 후순위였나 봅니다. 1971년 5월5일, 경향신문은 아동보호사업에 배정된 국고보조비가 지급되고 있지 않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어린이날’이라는 단 하루의 기념일 뒤에는 아동에 대한 기나긴 무관심의 역사가 서려 있습니다.

기사는 보건사회부(지금의 보건복지부에 해당)가 1971년 아동사업 국고조비로 책정한 약 1억4000억원의 예산 중 일부 인건비를 제외한 나머지 80%가 이날까지 지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1971년 보건사회부에 배정된 예산은 정부 총예산의 1.9%에 불과했는데, 이를 쪼갠 예산마저 아동사업에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시설 보호 아동은 병원 진료비와 약값 등 건강을 위해 시급한 돈마저 지불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보건사회부의 아동사업 예산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보육원 등의 아동보호시설은 대부분 외국 민간단체의 원조에 의존해 운영됐습니다. 이듬해 6월, 경향신문은 민간단체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변질된 아동보호시설을 보건사회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사는 아동복지시설의 운영에 정부 예산이 충분히 편성되지 않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김덕기 기자

김덕기 기자

21대 국회에서 지난 1년 동안 발의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은 71건에 달합니다. 올해 초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 이후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민감해진 여론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 42개 중 가결된 법안은 2개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법안으로 여론을 달구는 것보다는, 기존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작년 말 발표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국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예산을 타 부처 소관 기금이 아닌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변경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정부의 예산이 학대 피해 아동을 향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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