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1년 5월6일 ‘공직자 윤리법안’ 다음 회기로 처리 미뤄져
최근 8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었던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공직자 업무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추상적인 단어로 인한 남용 우려, 직무 범위가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이해충돌방지법은 원래 2013년 부정청탁방지법에 포함돼 있던 법안입니다. 하지만 위 이유로 법안에서 빠진 뒤 지난 8년간 ‘이해충돌에 대한 세밀한 정의가 필요하다’거나, ‘여당·야당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유로 계속 회기를 넘겨왔습니다.
공직자 윤리와 관련된 법안은 늘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선배 격으로 볼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의 처리도 비슷한 이유로 처리가 지연됐습니다. 1981년 5월6일 정부와 민정당은 제107회 임시국회의 회기 내에 통과시키기로 했던 공직자윤리법안을 다음 회기로 넘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합니다. ‘다른 정당과 검토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공직자윤리법의 중요성에 비춘 국회에서의 충분한 심의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인데요. 7월1일에 시행 예정이라고 이미 명시된 부칙을 수정하는 것도 불사합니다. ‘회기 내 통과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배려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미뤄진 공직자윤리법은 추후 1981년 12월31일 제정, 1983년 1월1일부터 시행하게 됩니다.
공직자윤리법은 1980년 11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논의를 시작합니다. 초기 시행 논의를 들여다보면 대통령을 포함한 장관급 이상의 공직자는 재산을 공개하고 2급 이상 모든 공무원의 재산을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끊는 동시에 감시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안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초기 목표와는 달리 구체적 처벌 조항 미비 등 상당 부분 실효성이 떨어지는 채로 제정됐고 수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오늘날 공직자윤리법이 완성됐습니다.
대표적 개정으로는 김영삼 정부의 4급 이상으로 적용 대상 범위 확대와 징계 규정 추가, 노무현 정부 시기의 주식 백지신탁제도 도입이 있습니다. 물론 개정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LH 부동산 투기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관련 공직유관단체 직원을 재산등록의무자로 추가하고, 부동산 취득 제한 제도를 신설하는 일부 개정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34차례에 걸친 개정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법만으론 이해충돌을 다 방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은 사전예방적 성격이 강하고, 불법적 재산 증식·퇴직자의 취업제한 등 특정 분야 규율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외에도 비슷한 목적을 가진 「부동산 실소유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감사원법」 등이 추가로 더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직자 윤리 문제가 부각되는 사건이 터지자 급물살을 타고 법안이 제정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흐름은 분명 아쉬운 점이지만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라는 사전 예방적 조항과 부정취득 이익 몰수·추징이라는 사후 처벌적 조항이 모두 들어간 것은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오랜 기간을 거쳐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는 만큼 공직자윤리법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이해충돌 관련 부패에 관해 더 이상 상처받는 국민이 없는,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