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의 이민자 수용시설에서 스리랑카 여성이 숨진 사건을 조사한 정부 보고서가 10일 발표됐다. 체류 외국인에 대한 일본 당국의 비인권적인 대우가 죽음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정치권은 관련 입법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280쪽에 달하는 정부 보고서는 이민자에 대한 의료 자원·감독 부족 등 비극의 원인이 된 실수들을 기술했다”며 일본 정부 보고서를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정치권과 활동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불투명하고 변덕스러운 이민 제도의 근본적인 실패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앞서 스리랑카 여성 위스마 라트나야케(33)는 지난 3월 일본 나고야시 출입국재류관리청의 수용 시설에서 사망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위스마는 지난 2017년 6월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 입국했고, 이듬해인 2018년 9월 일본에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2019년 1월 비자 갱신이 불허 처분되면서 위스마는 불법 체류자가 됐다. 지난해 8월 경찰에 출두한 그는 다음날 나고야시 출입국 시설에 수용됐다. 그는 일본에서 교제했던 스리랑카인 남성에게 협박을 받아 본국으로 돌아가기 두렵다며 일본 체류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이유는 그가 구금돼 있는 동안 건강 상태가 나빠져 수차례 구조 신호를 보냈으나 당국이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치료와 병원이송 권고가 이어졌지만 시설 관리자들은 “석방되려고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정부 보고서는 밝혔다. 위스마가 지난 1월 신청한 가석방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설 직원은 침대에서 떨어진 위스마를 3시간 가까이 바닥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을 변호하는 이부스키 쇼이치는 “이 사건은 ‘체제 실패’의 증거”라고 말했다.
정부 보고서는 “의료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인지도를 높여야 했다”며 센터 내 의사 추가 고용, 의료 서비스 개선, 직원 교육 등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위스마가 숨진 이후 당국이 취한 조치가 센터 관리 감독자 4명에 대한 구두 경고에 그친 것도 시민사회의 분노를 키웠다. 이부스키 변호사는 “이민국에 가벼운 경고를 내린 것으로 끝났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직원을 교육하거나 의료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전날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일본의 외국인 체류자 대우 문제는 이전부터 논란이 됐다. 일본 출입국은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수용하는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법원 등이 수용 필요성을 심사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사실상 출입국의 재량으로 외국인을 무기한 수용할 수 있다. 일본 내 출입국 시설에서 수용자가 사망한 사례는 위스마를 제외하고도 2007년 이후 총 16명이나 된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전했다.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외국인 체류자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외국인의 수용 장기화를 해소하기 위한 출입국 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정기국회에서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법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명을 보호해야 할 곳에서 귀중한 생명을 잃은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