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찢긴 롯데월드 앵무새 ‘학대 논란’…전문가들 “스트레스성 자해”

2021.12.22 21:09 입력 2021.12.22 22:27 수정

“못 날도록 자른 거 아니냐”

누리꾼들 사이 ‘와글와글’

좁은 사육장 등 원인 지적

롯데월드, 전시 중단키로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에서 지난 18일 한 금강앵무가 날개가 훼손된 채 날갯짓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에서 지난 18일 한 금강앵무가 날개가 훼손된 채 날갯짓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한 앵무새의 영상이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에 있는 앵무새가 날개 일부가 훼손된 채 날갯짓을 하며 울고 있는 영상이다. “동물학대로 신고해야 하는 것 아녀요?” “너무 보기 괴롭네요” 등 반응이 이어졌다.

환상의 숲은 롯데월드가 한강아쿠아라는 업체와 위탁계약해 운영하는 곳이다. SNS에서는 ‘윙컷’(날지 못하도록 날개 일부를 자르는 것)인지, 앵무새의 자해인지 논란이 있었다. 한강아쿠아 관계자는 “앵무새 두 마리 다 윙컷을 하지 않은 지 꽤 됐다”며 “스트레스로 저 친구들이 자학으로 물어뜯는 것 같다. 저희가 학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열악한 사육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성 자해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한 수의사는 “청금강앵무는 잠시 머물 때에는 양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새장이, 평소에는 야외 방사장이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서울시 야생동물 전시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영상과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보고서는 레드로어드아마존앵무 사진과 함께 “윙컷에 따른 행동반경 축소와 관람객 과다 노출에 의한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자해행동인 깃털 뽑기 흔적이 보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고현선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실내 동물원 동물들의 경우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행동인 정형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사람으로 치면 정신질환의 일종이고, 실내 동물원 자체가 스트레스와 같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앵무새가 스트레스받는 환경을 막을 방법은 없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는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해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처벌 규정은 없다. 또 이 법은 동물학대 행위를 금지하지만, 때리거나 독극물을 이용해 죽이는 등의 행위만 금지하고 있다.

SNS에서 영상이 화제가 되자 롯데월드 환상의 숲은 앵무새 전시를 멈췄다. 롯데월드 측은 “급작스러운 한파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앵무새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된 것 같다”며 “전시를 중단하고 수의사 진료를 받으며 치료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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