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출구 못 찾고 겉돌아
윤석열은 “이 복귀, 알아서”
김종인 “인적쇄신? 헛소리”
국민의힘이 내홍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선거대책위원회 ‘외부자’가 된 이준석 대표는 연일 선대위 개편을 요구하며 겉돌고, 일부 전·현직 의원들의 이 대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선 70여일을 앞두고 제1야당이 ‘당대표 리스크’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 대표가 선대위 직책을 내려 놓은 지 일주일째인 28일 국민의힘 상황은 악화일로이다. 이 대표는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선대위에 참여할지는 어느 정도 한계지점을 넘어야 하는데 아직 거리가 있다”고 답했다. ‘한계지점’이란 이 대표가 제시했던 현행 6본부장 체제 해체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선대위 전면 개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선 “구체적으로 후보 측에서 (복귀) 요청이 있으면 그건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발언을 종합하면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거나 혹은 지난 3일 ‘울산 합의’ 때처럼 윤석열 후보가 이 대표를 직접 찾아와 요청하는 경우 이 대표가 선대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복귀를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대표 역할이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아서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렇게만 답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직접 요청할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앞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대표) 본인의 정치적 입지 내지 성취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 대표 복귀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선대위 인적쇄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인적쇄신 가능성을 보도한 기사를 두고 “헛소리”라며 “나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지금은 인적쇄신을 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조이기’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연합뉴스TV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기능이 안 되어 있는 걸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선대위를 타이트하게(빡빡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 선대위는 오전 7시로 시간을 당겨 총괄본부장단 회의를 했다. 회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열리고, 윤 후보가 직접 주재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윤 후보 비판에 대해선 “ ‘윤 후보가 제언을 평론 취급한다’고 반박했는데, 개인적 충고는 몰라도 대중에게 ‘내 목소리’라고 알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당 내부 갈등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갈등 상황을 논의한 뒤 이날 이 대표와 만나 직접 논의 내용을 전달했다. 전달한 내용 중에는 이 대표 사퇴론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29일 초선 모임에 참여해 토론을 벌이겠다고 했다. 다만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를 우려해 초선 의원들이 토론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이 ‘일부 초선 의원들이 당대표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고 질문하자 “그런 것에 상당히 관대하다”며 “이런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발언 비틀기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사이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를 두고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다.
조경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당대표가 무조건 공격성 발언을 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후보만 빛나게 해드려야 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핵관(핵심 관계자)’ 설전을 벌이다 이 대표로부터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김용남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프락치” “간첩” “세작” 등 거친 표현을 쓰며 이 대표를 공격했다.
다만 이번주 내 국면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본(인)·부(인)·장(모)·당(내부 문제)’으로 불리는 윤 후보 리스크를 단계별로 정리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김건희씨 사과 이후 처가는 윤 후보와의 ‘분리 전략’으로 리스크를 덜어내고, 이후 선대위 체제를 재정비해 당내 갈등을 해소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복귀 명분을 주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세대 갈등도 주요한 이슈인데, 이 대표를 버리는 그림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