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있으면 찾아보게 되어 있다. 2021년 1월1일부터12월30일까지 사람들은 어린이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을까? 대표적인 어느 포털사이트의 분석 도구를 활용해 어린이 관련 검색어의 검색 분포를 살펴보았다. ‘어린이’라는 말은 일 년에 단 하루, 어린이날에만 폭발적으로 검색되었다. 어린이날의 ‘어린이’ 검색 횟수가 100이라면 다른 날은 3 미만이다. 놀라운 점은 어린이를 비하하는 속어인 ‘잼민이’의 검색 횟수가 보편적 말인 ‘어린이’에 비해 평균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신조어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횟수다. 특히 단 하루 주목받고 끝나는 ‘어린이’와 달리 ‘잼민이’는 일 년 내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어린이 관련 단어 중에서 빈번하게 검색된 낱말은 ‘아동학대’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과 함께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가 이어졌던 1월3일에는 77만큼 검색되면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잔혹한 사건은 그치지 않았고 ‘아동학대’는 계속 검색되었다. 코로나로 위기 아동이 늘어났다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아동인권’을 검색하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동인권’은 미미할 정도로 검색 횟수가 적었다. ‘스쿨존’ ‘노키즈존’ 같은 말들이 검색창 사이에 파편처럼 박혀 있을 것이다. 김소영의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가 곳곳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해였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검색어로 짐작해볼 때 2021년 우리 어린이 인권의 현실은 얼어붙은 한겨울이다.
겨울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어떻게 살리고 키워나가야 할까. 겨울의 눈밭 아래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서 버둥거리고 있겠지만 지표면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자라는 생명에게 겨울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추운 날, 친구의 품은 더 따뜻하다는 걸 배운다. 겨울은 봄을 향해 우리를 달리게 하며, 결국 꽃을 피우고, 우리를 마침내 성장시킨다. 지금까지 봄 없는 겨울은 없었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두 권의 그림책이 있다. 각각 다른 맥락에서 겨울의 성장을 보여준다. 안녕달의 그림책 <눈아이>는 한 어린이가 폭설 속에서 눈아이와 맺은 우정 이야기다. 눈아이는 몸이 눈으로 되어 있어서 손잡고 안아주면 녹아버린다. 하지만 눈아이는 친구의 온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린이와 눈아이는 손을 잡고 같이 나아간다. 뜨겁게 사랑하고 한쪽은 점점 작아진다. 겨울이 가고 눈아이가 사라진 자리에는 푸른 잎이 자라고 어린이도 훌쩍 컸다. 눈아이는 용감한 어린이 자신이자, 어린이의 연대자다.
백희나의 그림책 <연이와 버들도령>은 혹한 속에 상추를 구해오라는 명령을 받고 눈밭을 헤매는 연이의 이야기다. 독자가 함께 발이 시릴 정도로 연이가 겪는 겨울의 고통이 생생하다. 착한 연이는 따듯한 버들도령을 만나 위기를 넘고 냉혹한 악인은 둘의 우정을 시샘해서 산산이 파괴해버린다. 그러나 연이의 성장은 끝나지 않는다. 친구의 숨을 살리고, 피를 살리고, 살을 살린다. 굳은 의지로 겨울을 종결시키고 푸른 봄을 연다.
새해를 맞은 우리는 저마다 작은 겨울의 어딘가를 지나고 있다. 한파 속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나고 자란다. 새해에도 겨울의 친구들이 필요하다. 눈밭을 걷기에 바쁘다 할 것이 아니라 겨울의 아이들이 없는지 돌아보고 찾아야 한다. 숨을 살리고 피를 살리고 살을 살려야 하는 위기의 어린이를 찾아서 그들의 눈아이가, 버들도령이, 연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정책의 연관 검색어로 얼마나 자주 어린이가 호명되는지 검색하며 지켜볼 것이다. 사방에서 어린이를 반갑게 부르는 가운데, 코로나19라는 큰 겨울도 거짓말처럼 끝나기를 바란다.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살리는 꽃이 피고, 몰라보게 자란 봄나무가 우뚝 서 있는 날이 오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