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스크 벗기' 본격화…보건당국은 '시기상조' 우려

2022.02.09 13:53 입력 2022.02.09 15:39 수정

마스크를 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시민이 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을 알리는 식당 간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시민이 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을 알리는 식당 간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학교와 공공장소 실내에서 시행돼온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는 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여전히 마스크라면서 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도 주 정부의 학교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움직임과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 접종 의무화 등 각종 보건 정책이 대체로 주 정부 소관 사항이다. 텍사스, 플로리다 등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재직 중인 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소극적이었으며 오히려 학교가 학생과 교직원 등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물결은 민주당 소속 주지자들이 재임 중인 주들로 번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 재임 주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애초에 시행되지 않았거나 이미 해제된 상태다. 뉴저지, 코네티컷, 델라웨어, 캘리포니아, 오레건 등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가장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시행해온 주들이 8일(현지시간) 학교 및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이달 또는 다음달 안에 해제할 방침이라고 잇따라 발표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우리는 코로나19를 제로(0)까지 관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바이러스가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화) 단계로 이동함에 따라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보건당국은 “캘리포니아는 오미크론 변이 정점을 지난 이후 발병률이 65% 감소했다”면서 오는 15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존 카니 델라웨어 주지사도 11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고, 초·중·고교는 다음달 31일 이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기로 결정했지만 학교 마스크 착용 의무화까지 해제할 것인지에 대해선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민간단체인 미국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8일 현재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곳은 9개 주와 수도 워싱턴 등 모두 10곳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방침을 밝힌 캘리포니아, 델라웨어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달이 지나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마지막까지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시행하던 주들까지 속속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을 밝힌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많이 보급됐고, 지난해 연말부터 맹위를 떨쳤던 오미크론 변이도 수그러들었다는 점도 감안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에 동조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벗어버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발병 사례가 여전히 많다면서 학교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을 때가 아니라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월렌스키 국장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는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도 관심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팬데믹을 지나쳐 왔다는 하나의 징표일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이 순간 CDC 지침은 변경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서 보편적인 마스크 쓰기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CDC 권고가 변함이 없다면서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CNN방송은 최근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정부가 팬데믹 이후의 일상으로의 복귀 시점과 방식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연방정부가 아직 명확한 계획과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각 주별로 일상으로의 복귀를 추진하면서 당분가나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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