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기금, 수위 높인 ‘탈탄소’ 압박

2022.02.17 22:06 입력 2022.02.17 22:07 수정

‘유럽 최대’ 운영사 네덜란드 APG

삼성전자 등 지분 소유한 10곳에

탄소배출 감축 촉구 서한 보내

“주주로 탄소 감축 적극 나설 것”

행보 더딘 국내 기업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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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탈탄소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글로벌 연기금들도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에 ‘탈탄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갈수록 중시되면서 기업에 대한 탈탄소 압박은 현실이 되고 있다.

17일 유럽 최대 연기금을 운영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10곳에 탄소배출 감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한을 받은 회사는 APG가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제철, SK, SK하이닉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이다. APG는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로 연금자산 규모는 850조원에 달한다.

APG는 서한을 통해 각 기업에 자사의 탄소배출 감축 전략과 지난 5년간 탄소배출 감축 실적이 충분하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정기주주총회를 전후로 더욱 전향적이고 혁신적인 탄소배출 감축 실행방안을 준비할 것도 건의했다. 앞서 APG는 지난해 1월에는 석탄발전소 투자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투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각 기업에 서한을 보낸 이유도 밝혔다. APG는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 “탄소중립에 대한 목표나 선언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쟁사인 애플의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삼성전자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동종업계 삼성전자와 비교해 탄소배출 절대량은 적지만,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은 3배가량 많다고 밝혔다.

APG는 앞으로 다른 기관투자가와 연계해 한국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 전략에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한국 기업이 전 세계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한국의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기후위기에 충분히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번 서한을 시작으로 주주로서 책임투자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기업에 탄소배출 감축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APG뿐만이 아니다. ESG를 중시하는 연기금들은 대부분 동참하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매출액의 30% 이상이 석탄으로부터 나오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수익의 50% 이상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과 계약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영국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고, 일본 공적연금(GPIF)은 ‘탄소효과지수’를 반영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연기금(AP1~AP4)과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석탄사업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이미 행동에 옮긴 민간기관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0년 1월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석탄을 사용해 얻는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블랙록이 투자하는 기업의 대표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기후위기가 곧 투자위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외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철회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고 기업평판 훼손과 함께 글로벌 거래가 어려워진다.

글로벌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연기금의 탈탄소, 탈석탄 전환은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 기후위기솔루션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5월 탈석탄선언을 했지만, 석탄 투자액이 작년에 비해 오히려 1조6700억원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 등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를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은 15조4500억원가량에 이른다.

기후위기솔루션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이 증가한 것은 명확한 탈석탄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민연금은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제한한다는 방침만 수립했을 뿐, 여전히 구체적인 탈석탄 투자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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