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3일 “국무총리가 되면 책임총리로서 확고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 검증이 미흡했다는 지적에는 “언론과 인사청문회의 역할”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자신의 편법 증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하겠냐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여야는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이날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첫 낙마를 거론하며 한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발목잡기 검증은 안 된다’며 한 후보자를 옹호했다. 여야는 한 후보자의 의회 인준 표결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한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로서 장관 후보자들의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한 게 맞나”라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무총리가 되면 책임총리로서 확고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저는 한 번도 책임총리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당선인이 말했다”고 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자진 사퇴한 김인철 후보자에 대해 “상세한 검증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면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총리 후보자로서 장관 후보자 검증에 소홀한 것 아닌가”라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세세한 부분은 인사청문회나 언론의 검증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도 분명히 있다. 그것이 언론과 인사청문회의 역할”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에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경질을 건의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엔 “상황을 판단해보겠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자신의 전관예우·이해충돌 논란에 대해 전날에 이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과거 김앤장에서 고액 자문료를 받고 일한 이력을 두고 “입법부가 정한 규제 내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활용하겠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앤장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해 기업을 대리하고,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대리했다는 지적에는 “잘 몰랐다”고 답했다. 김앤장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인 론스타를 대리했다는 지적에는 “한국 로펌은 비난받고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에 대해선 “한국이 빠지면 제일 득을 보는 것은 아마 일본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의전총리, 대독총리, 방탄총리”라며 한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했다. 김회재 의원은 부동산을 편법 증여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한 한 후보자에게 “거짓말이면 사퇴하겠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거짓말한 적이 없다.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신동근 의원은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허위진술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해명으로 그간 제기됐던 문제들이 다 해소됐다”고 말했다. 주호영 인사청문특별위원장도 “후보자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서 총리가 되면 (윤석열 정부의) 인사 취약점을 보완해달라”고 한 후보자를 두둔했다.
여야는 김인철 후보자 낙마가 한 후보자 인준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사퇴를 지렛대 삼아 다른 후보자의 추가 낙마를 압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덕수 후보, 정호영 복지부·한동훈 법무장관 후보 등은 이미 국민검증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등 문제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 하면 검증 책임을 물어 한덕수 후보자 인준도 부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한 후보자 인준이 무난히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청문회장에서 민주당 위원들은 낙마에 초점 맞추어 새 정부 출범에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며 “국정운영에 어깃장을 놓기 위해 자기부정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한 후보자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청문회를 마쳤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국회의장에게 인사청문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은 부적절 의견을 단 보고서를 채택하거나,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후보자가 국회 인준 표결에서 과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월 임시국회 일정은 다음달 1일까지이다. 본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야는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으로 각각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