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일선 경찰관들이 30일 열기로 했던 ‘14만 전체 경찰 회의’가 철회됐다. 경찰 회의 개최를 제안했던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27일 내부망에 “전체 경찰 이름의 의견 표명은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국회가 입법적으로 시정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경찰국 설치안이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집단행동보다는 국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정부는 전체 경찰 회의 철회를 경찰의 굴복으로 간주해선 안 될 것이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경찰국 신설이 상위법인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시행령인 대통령령과 행안부령 개정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위헌·위법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헌법학자이자 이명박 정부 당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는 “시행령에 의한 경찰국 신설은 헌법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헌법 96조는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및 이를 통한 경찰 통제는 행안부의 ‘조직·직무범위’를 변경하는 사안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시행령에 법률 위반 소지가 있을 경우 관련 상임위(행안위)에서 위법 여부를 검토한 후 본회의에 보고서를 내 의결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정부는 국회의 수정 권고를 따르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가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을 개정해 행안부 경찰국 설치의 근거가 된 시행령을 무력화하는 방안도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별개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탄핵소추안 제출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권은희 의원도 이 장관 탄핵소추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전체 경찰 회의는 취소됐지만 일부 경찰관들은 30일로 예정된 전국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는 예정대로 열 태세다. 또한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의 ‘경찰 지휘규칙 관련 대국민 입법청원’ 참여자가 하루 만에 4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경찰국 설치에 대한 반발 여론도 거세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세상 어디에도 경찰이 독립된 나라는 없다”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경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이 갖는 의미를 훼손해선 곤란하다. 정부는 대통령령·행안부령 공포와 경찰국 인원 구성 등의 후속절차를 중단하고 경찰과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