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헌법재판관이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고향 후배와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도 했는데, 소송 중이던 자영업자가 자리에 동석해 비용을 냈다고 한다. 본인은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필요시 수사도 해야 할 것이다.
의혹을 받는 인사는 이영진 재판관이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고향 후배 A씨가 마련한 골프 모임에 참석했다. A씨의 지인인 자영업자 B씨, 이 재판관과 안면 있는 변호사 C씨도 함께 골프를 쳤다. 4인의 골프 비용 120여만원은 B씨가 결제했다. 일행은 이후 B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식사 비용도 B씨가 부담했다. B씨는 식사 도중 배우자와의 이혼소송 문제를 꺼냈다. B씨는 JTBC 측에 “(이 재판관이) ‘가정법원에 내가 아는 부장판사가 있다. 들어보니 참 딱하네. 도와줄게’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덕담 차원에서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잘하시라’고 했던 정도라며 재판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선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금품 액수가 소액이어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 재판관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지 파악하려면 실제 접대비용이 얼마였는지, 접대가 직무와 관련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청탁금지법 외에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사무에 관해 청탁·알선 명목으로 금품·향응을 받은 경우’ 처벌토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은 고위공직 중에서도 대법관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런 공직자가 낯선 사람과 함께 골프 치고 식사하면서 누가 돈 내는지도 몰랐다면 위법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헌법재판관도 개인으로서 타인과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본인이 비용을 부담했어야 하고, 소송 문제가 거론됐을 때 대화를 중단하거나 자리에서 일어섰어야 옳다. 25년간 법관으로 일하고 5년째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중인 법률가가 이런 상식조차 몰랐단 말인가. 이 재판관은 권익위 조사를 자청하고, 거취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